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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환율하락 틈타 ‘달러 캐리’로 돈벌이

등록 2007-04-19 19:45수정 2007-04-19 22:25

국내 기업의 선물환 매도와 외국은행의 단기 외화차입 추이
국내 기업의 선물환 매도와 외국은행의 단기 외화차입 추이
외국계은행, 차익거래 노린 단기 외화차입 급증
국내기업 선물환 매도와 맞물려 외환시장 악순환
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은행 지점들의 단기 외화 차입이 급증하고 있어 금융감독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외국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 추세인 것에 기대 달러를 빌려 와 재정거래(열쇳말 참조)를 하면서 ‘위험 없는 수익’을 누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국내에 진출한 36개 외국계 은행 지점장들을 불러 단기 외화 차입과 관련한 자금 조달·운용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쪽은 “직접적으로 자제를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이 외국은행들의 행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단기 외화 차입이 올해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황건일 재정경제부 외환제도혁신팀장은 “속도가 좀 빠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은행권의 단기 외채는 지난해 477억달러(약 44조4천억원) 증가했으며, 이 중 외국은행의 증가액이 284억달러나 됐다. 이강용 금감원 국제업무팀장은 “1분기 공식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3월 한 달에만 60억달러 정도를 차입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들이 이렇게 뭉텅이로 달러를 빌려 오고 있는 것은 아무런 위험을 지지 않은 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거세진 국내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1분기 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은 선물환을 131억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지난해 4분기에 잠깐 주춤하다 다시 증가한 것이다. 한은 이은간 외환시장팀 과장은 “문제의 본질은 결국 환율이 하락할 거라는 시장의 기대 심리”라고 말했다.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보기 때문에 너도나도 선물환을 내다 팔고, 과도한 선물환 공급이 결과적으로 외국은행들의 재정거래 차익을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외국은행들은 외국에 있는 본점에서 돈을 싸게 빌릴 수 있다는 점도 재정거래를 부추긴다. 국내 은행들은 조달 금리가 비싸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외환당국이나 금감원으로서는 이런 외국은행들의 행태가 정상적인 영업 행위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기 껄끄러운 측면이 있다. 대부분 본점에서 빌리기 때문에 상환 위험이 크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단기 외채 급증은 외환시장 교란, 국내 대출 과잉, 은행 건전성 위험, 대외 유동성 위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으로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황건일 과장은 “당장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점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며 “어쨌든 외채가 이렇게 급증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재정거래 = 기본 개념은 어떤 상품의 가격이 두 시장에서 다를 경우 가격이 싼 시장에서 사서 비싼 시장에서 팔아 차익을 얻는 거래 행위를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선물환 매도(미래 특정 시점에 달러를 얼마에 팔겠다는 거래)가 너무 많아 달러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다. 달러 가격이 현재 100원에서 1년 뒤 90원으로 내려간다고 가정해 보자. 달러를 빌려 와 100원에 판 다음 1년 뒤에 90원에 사서 갚으면 10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현재 외국 금리(리보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더 높기 때문에 달러를 빌리면 금리 측면에서 조금 손해를 본다. 하지만 그 차이보다 달러를 사고파는 데서 얻은 이익이 더 크다. 3월 말 현재 그 차익은 연율 0.34%포인트 정도 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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