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 담보대출 증가액 추이
금감원 “소득·부채 따라 한도·금리 차등화”
상환능력 떨어지면 사실상 대출 어려워져
대출 누르자 외국계 은행으로 ‘풍선 효과’
상환능력 떨어지면 사실상 대출 어려워져
대출 누르자 외국계 은행으로 ‘풍선 효과’
앞으로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아주 까다로워진다. 빚이 많거나 소득이 적어 금융권으로부터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정’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렵게된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게 현행 담보가치 위주 여신심사 체계를 대출자의 채무상환 능력 위주로 전환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도록 상시 감시체계를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8일부터 발생한 신규 주택담보 대출분부터 앞으로 10일마다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이를 대출 한도나 금리에 제대로 반영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은행권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은 특히 “대출자의 연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400%, 또는 총부채상환비율이 40%를 초과한 고위험대출을 취급할 경우에는 은행에서 개별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검토한 자료를 별도로 제출받아 감독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담보대출 억제를 위한 고삐를 옥죄고 나선 것은 지난 8일까지 실시된 34개 금융기관에 대한 임점검사 결과, 기업운전자금 대출분을 유용하거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초과 취급, 총부채상환비율(DTI) 미적용 및 초과 취급 등의 위규사례가 상당수 적발된 것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중회 부원장도 “용도외 대출에 대해서는 관련 대출금을 회수토록 하고, 해당 직원에 대해서는 위규정도를 감안해 엄중 제재할 방침”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이번 조처에서 1가구 1주택자로서 국민주택 규모 이하이면서 시가 3억원 이하인 주택의 담보대출이나 대출액이 1억원 이하일 경우 자료제출 대상에서 빠진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추이를 면밀히 감시하기 위해 은행과 보험사에 대해서는 매일,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는 10일마다 모니터링하는 체제를 갖추고, 대출 모집인의 부당·과장 광고를 막기 위해 ‘불법 대부광고 사이버 감시단’도 두기로 했다.
한편 최근 상당수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줄이기에 나서면서 일부 대출수요가 외국계 은행이나 대부업체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일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선 이후 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주택대출 억제 조처를 취하자 최근 HSBC은행이나 외환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 창구로 대출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영국계 HSBC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로부터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최근 들어 주택대출 문의가 늘어났다”고 말했으며, 외환은행 관계자도 “실수요자가 많은 수원 영통지역 지점 등에 주택대출 문의가 평소보다 갑절 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외국계 은행으로부터도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들은 연 6.7% 수준의 금리에다 대출한도가 국내 은행의 두배 수준인 외국계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7월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미국계 투자은행(IB) 메릴린치 산하 대부업체 ‘페닌슐라캐피탈’은 지난달 말까지 3천억원 이상 대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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