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 걱정마세요”
금융감독원이 수도권 지역 아파트들에서 수거한 주택담보 대출 불법 전단지. 집값의 40%까지만 대출이 허용되는 강남의 6억원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가만큼 대출해 주겠다는 문구가 실려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유명 보험·캐피탈사 이름 도용많아 주의
“고객님의 친척 중에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분이 있으면 명의 변경 절차를 거쳐 고정금리로 시세의 80%까지 아파트 담보대출을 해 드립니다. 지금 금융당국 말만 믿고 어떻게 사나요. 다 사는 방법을 찾아야지요.”
최근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개인사업자에게 해당되는 기업대출을 가계대출인 것처럼 소개하거나, 심지어 가짜 사업자 등록을 통한 기업대출을 주선하는 불법 전단이 대거 뿌려져 금융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서울 강북구 길음 뉴타운 인근 ㅅ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김아무개(37)씨는 최근 출근길 도중 아파트 출입구 게시판에 붙은 ‘전 평형, 시세 80%까지, 월 최저이율 0.48% 아파트 대출, 자영업자 우대’라고 적힌 전단을 보고 긴가민가했다.
지난달부터 정부가 불법 주택담보대출에 칼을 빼들었다는 뉴스를 여러차례 들었던 터에, 아직도 이런 전단이 공공연히 나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지역은 전체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6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엔 시가의 40%까지, 6억원이 안되는 아파트도 6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김씨는 이 전단에 유명 금융회사 이름까지 버젓이 적혀 있는데다, 금융권 최고한도 대출이라는 문구에 귀가 솔깃했다. 대출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사 금융기관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출담당 직원은 전단에 박힌 ㅎ캐피탈 소속 직원이라고 자신을 떳떳하게 소개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말이 현장에선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12월 들어서도 이런 불법 주택담보 대출 광고전단이 기승을 부리자, 금융감독원과 은행 직원 100여명이 나서 수도권 지역 아파트에서 주택담보 대출 전단지들을 수거해 조사했고 이 가운데 10% 가량이 불법 전단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금감원이 13일 밝혔다. 불법 전단 가운데는 투기지역 여부 등과 관계없이 아파트 시세의 60~80% 이상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가 많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는 강남 일대에서 불법 전단이 많이 수거됐으나, 최근에는 서울의 모든 지역에서 이런 불법전단이 무더기로 뿌려지고 있다”면서 “특히 유명 보험사와 캐피탈사 이름을 도용한 대부업자나 대출 모집인들의 부당 광고 전단이 많은 만큼, 소비자들이 현혹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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