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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양날의 검’ 빼든 이성태 총재 한은, 부활인가 모험인가

등록 2006-08-10 20:30수정 2006-08-11 01:39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명동 한국은행에서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명동 한국은행에서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치권 압박 뚫고 소신대로 금리 인상
수출 감소·경기 둔화 가속땐 비난 못면해
한국은행의 부활인가? 모험인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이성태 한은 총재의 표정은 평소보다 한결 밝아보였다. “이번 금리인상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운을 뗀 이 총재는 8월 금통위를 앞두고 경기 둔화를 우려해 정부여당으로부터 콜금리 동결 압박을 받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 카드를 밀어붙인 배경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밑바탕엔 중앙은행은 좀 더 큰 틀에서 경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강한 소신이 깔려 있다. 전날 한국경제학회 학술대회 오찬 강연에서 “단기적인 성장률 수치에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총재는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통화증가 감속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시중에 풀린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데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과거 저금리체제가 지속되면서 생긴 경제구조상 부작용을 서둘러 바로잡아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4월 취임 이후 이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리인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통화정책의 열쇠를 쥐기 위해서는 서둘러 중립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올려놓아야 한다는 한은 내부의 공감대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 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있어야만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열쇠를 확실하게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송태정 엘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신용카드 대란 당시 정치논리에 눌려 금리인하라는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게 현재의 과잉유동성의 불씨가 됐다는 판단도 소신을 밀어붙이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 말했다.

시야를 좀 더 넓혀 최근 중앙은행의 행보를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석태 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전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이 교감하듯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중앙은행이 새로운 정체성 고민을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70년대와 같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좁은 의미의 물가안정을 넘어 자산시장 안정을 담당하는 파수꾼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중이라는 얘기다.

이번 콜금리인상으로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이 총재 스스로 “당초 전망과 달리 경기 하방 위험이 생겼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한은으로선 경기보다는 소신에 지나치게 치중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장 콜금리 인상으로 인해 환율 하락 압력이 더욱 커져 수출기업 고민도 늘어갈 수 있다. 1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 하락한 957.9원을 기록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의 수출 전망이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라며, 수출마저 나빠질 경우 경기가 더욱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체센터 팀장은 “지금 상황은 5년만에 미국경제 호황국면이 끝나는 상황인데도 한은이 자칫 경기를 볼모로 도박을 벌이는 셈”이라며 “90년 초반 일본은행이 큰 흐름을 보지 못한채 긴축기조에 나선 게 큰 후유증을 낳은 사실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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