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재벌 금융 26개사가 76곳 출자
국내 재벌들 가운데 상당수가 금융회사를 이용해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총수가 있는 41개 재벌 가운데 13개 재벌 소속 금융회사 26개가 모두 76개의 계열회사에 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자 규모(액면가 기준)는 모두 2조3089억원에 이르고, 이들 금융회사의 출자 지분율은 평균 12.4%였다.
출자총액제한 대상인 14대 재벌 중 엘지, 지에스, 하이트맥주, 두산, 대림을 뺀 9개 재벌기업에서 금융회사의 계열사 출자가 이뤄졌다. 계열 금융사를 통한 계열사 지배를 가장 많이 활용한 재벌은 삼성이다. 삼성생명 등 5개 금융회사에서 모두 26개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으며, 출자 규모는 1조2682억원으로 전체 금융사 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출자 규모는 동양(4979억원), 동부(1975억원), 한화(1287억원) 등 2~4위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이를 통한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율도 16.3%로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삼성 계열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 각각 7.26%, 4.79%를 출자하고 있고, 삼성카드는 에버랜드에 25.64%를 출자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에 출자하고 있고,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에 출자해 이른바 삼성의 복잡한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에서 금융계열사들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대캐피탈을 통해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에 출자하고 있고, 한화의 경우 한화증권이 한화에 출자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와 견줘 금융사 출자금은 1218억원, 지분율은 0.18%포인트씩 감소했지만 큰 변화로 보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고객의 돈을 순환출자 구조 등에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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