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정부의 ‘한은 마이너스 통장’ 조건을 강화했다. 대정부 일시대출금이 지난해 117조원에 이르자 제동을 건 것이다.
16일 한은의 ‘2024년도 한국은행의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 및 대출조건안’을 보면, 금통위는 지난 11일 올해 총 50조원 한도의 대정부 일시대출금을 결정하면서 부대조건을 달았다.
일시대출금은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이다. 정부는 일시적인 자금 부족 때 한은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다. 연간 총한도 내에서 빌리고, 갚고 할 수 있으며 다음해 1월 중순까지 모두(양곡관리특별회계는 대출일로부터 1년 이내)상환해야 한다. 단기 대출인 셈이다.
금통위는 이날 대정부 일시대출금 평잔이 재정증권 평잔을 상회하면 안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정부를 향해 매주 차입·상환 일정, 규모, 기간 등에 대해 한은과 사전 합의하라고도 했다.
조건이 강화된 건 대출이 급증해서다. 지난해 대정부 일시대출금 누적액은 총 117조6천억원이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다. 정부가 한은에 낸 이자만 1506억원에 이른다. 국고금관리법상 정부는 재정증권 발행으로도 단기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하면 한은에게 손을 벌릴 수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재정증권 대신 한은 일시대출금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정증권은 채권인 까닭에 발행과 자금 조달에 시간이 걸린다. 주로 63일물로 발행돼 만기도 특정된다. 정부가 돈을 빌리기 더 쉬운 한은 일시대출금을 활용한다는 의심이다.
정부는 일시대출금을 초단기로 이용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하루 이틀 내 갚는 경우도 많으며 길어야 일주일 정도 안에는 상환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법상 자금 소요의 사유가 없어졌을 때 바로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정부 대출은 통화량에 영향을 미친다. 고물가를 잡으러 통화긴축을 하고 있는 한은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직은 정부가 돈을 빌리고 갚는 기간이 매우 짧아 통화량,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재정증권보다 일시대출금이 크게 늘어나는 건 우려스럽다는 것이 한은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재정증권을 우선 활용하라는 법상 취지를 정부가 더 신경 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