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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빠른 정리를 주문했다.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실 피에프를 솎아내 시장의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사업성이 없는 피에프 사업장이 보다 신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그 정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피에프 사업장 토지의 공매가 수차례 유찰되자 금융회사들이 다시 만기 연장을 추진해 손실 인식을 회피하는 등의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부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미루는 행태를 향해서도 경고장을 날렸다. 이 원장은 “1~2년 내에 다시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근거로 예상되는 손실 인식을 지연하고 구조조정을 미루기만 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감독당국에서는 이에 대해 좌시하지 않고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금융회사들은 피에프 사업장 정리와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두라고도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기조가 지난해에 견줘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피에프 대주단 협약을 가동하고 만기 연장을 유도해왔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경기도 나아지리라는 계산이 깔린 조처였다. 그런 전망이 힘을 잃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기조를 조금씩 전환해오다가 이번에는 아예 ‘빠른 정리’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은 만큼 미뤄온 구조조정을 단행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기조 전환이 가져올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토지를 경·공매에 넘기는 피에프 사업장이 늘면서 땅값이 더 떨어지거나, 건설업계를 향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여지도 있다. 특히 피에프 유동화증권의 차환발행을 둘러싼 위기의식이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러지 않도록 (피에프 사업장 정리에 있어서)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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