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남녀가 빠르게 늘어나면 우리나라 노동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보다 남성의 미혼율이 더 높은 편인데 결혼하지 않은 남성일수록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아서다.
8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펴낸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이슈노트를 보면, 남성은 미혼이 기혼에 비해 노동공급 성향이 낮았으며, 여성은 그 반대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 10년간(2013∼2023년) 30∼54살 남녀의 노동공급을 분석해 본 결과, 기혼 남성의 이 기간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미혼에 견줘 평균 13%포인트, 16%포인트 각각 높았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미혼 대비 각각 평균 19%포인트, 16%포인트 낮았다.
이는 남성은 결혼시 가족부양 의무가 부여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으며, 노동시장과 결혼시장이 교육수준 같은 개인의 인적속성 측면에서 서로 밀접하게 상호 연관돼 있는 까닭에 기혼자 중에는 상대적으로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 수 있는 등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한은은 밝혔다. 여성의 경우에는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인해 미혼자일수록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았다.
우리나라 미혼율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았다. 총인구 대비 미혼자 비중을 보여주는 ‘미혼율’은 2020년 기준 남성이 36%, 여성이 26.3%였다. 학력 수준별로 살펴보면 저학력 남성일수록, 고학력 여성일수록 미혼율이 높았다. 한은은 “저학력 남성의 미혼율이 고학력 남성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비자발적 요인으로 볼 수 있으며, 반면 여성 미혼율의 경우 저학력 여성이 낮고 고학력 여성은 높게 나타나는 점은 자기 선택적 요인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미혼 인구 비중이 남성 60%, 여성 50%에 도달할 경우 전체 경제활동참가율은 2031년 79.7%를 정점으로 가파르게 하락하게 된다”며 인구 미혼화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