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가 피해를 본 경우 회사 자체의 손실이 없어도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상법 개정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 개정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요 기업들은 각종 분할·합병으로 대주주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주가 하락 등으로 개미투자자들에게는 피해를 입히는 일을 반복해왔다.
윤 대통령은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소액 주주의 이익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상법 개정은 이사회에 소액주주 보호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에선 이사는 ‘회사’를 위해서만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면 된다. 이사회 결정으로 주가가 하락해도 회사에 직접적 손실이 없다면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물적 분할, 인적 분할, 합병 등으로 대주주 지분을 늘릴 때 주가 하락 등으로 일반주주는 피해를 보는 일이 허다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엘지(LG)화학의 엘지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에 ‘회사’와 더불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회에는 2022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이사가 회사는 물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게 뼈대다. 주주는 소유한 지분에 비례해 이익을 가져가야 하는데, 분할 및 합병 등으로 대주주들은 돈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하고, 소액주주들의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된다면 ‘비례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본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