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마련한 민생금융 방안을 두고 지원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자영업자가 아니거나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취약 차주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면, 은행에서 돈을 빌린 고소득 개인사업자는 혜택을 받게 되는 탓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지적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1일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 발표 간담회에서 제2금융권 차주들과의 형평성 논란에 대해 “알다시피 제2금융권은 좀 상황이 그렇게 썩 좋지가 않잖느냐”고 말했다. 그는 “(제2금융권은) 연체율도 올라가고 수익도 지난해보다 좋은 상황은 아니어서 은행과 똑같은 모델로 가기는 어렵다”며 “대신 (정부가 운영 중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대상과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날 은행권은 연 4%를 넘는 금리의 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자에게 최대 300만원의 이자를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민생금융 방안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당국도 방어에 힘쓰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이후 정부·여당의 논의선상에 올랐던 횡재세가 무산되자, 그 대안으로 은행권과 함께 민생금융을 추진해왔다. 정부가 정식으로 부담금이나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은행들의 팔을 비트는 방식으로 취약계층을 돕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럼에도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하지 않은 취약 차주는 별 설명 없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반대로 고소득층 개인사업자 차주는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지원 기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개별적으로 뜯어보면 어렵지 않은 사람도 혜택을 보게 된 건 맞다”며 “소득 심사를 일일이 해서 고소득자를 제외시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자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많이 올렸으니 이자를 많이 낸 사람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향후 개별적으로 총 4천억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인사업자 외의 다른 취약 차주들을 도울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비판도 마찬가지의 양상을 띠고 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외국 같은 경우에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아주 법으로 해서 그냥 이익을 갖다가 환수하는 데도 있다”고 했다. 횡재세를 도입한 이탈리아에서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하루 만에 5.9∼10.8% 폭락한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반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에 발표한 방안에서)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건전성과 주주 설득에 있어 필요한 부분을 포함해서 논의했다”며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패키징됐다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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