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지난달 다시금 가팔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면서 잔금 대출이 빠르게 불어난 영향이다. 다만 최근 들어 아파트 거래가 줄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주담대 증가세도 느려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주요국 정책금리의 향방이 가계대출 추이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발표를 보면, 지난 11월 한달간 국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2조6천억원 늘었다. 10월 증가폭(6조2천억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규모다. 이는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대출(신용대출 등)이 감소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기타대출은 지난 10월 1조원 늘었다가 11월에는 3조원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의 예금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주담대는 5조6천억원 늘면서 증가폭이 다시금 확대됐다. 8월 6조6천억원에서 정점을 찍은 뒤 9월 5조7천억원, 10월 5조2천억원으로 축소돼왔던 것과 대비된다. 가팔라진 증가세에는 주로 아파트 신규분양이나 재개발·재건축 때 이뤄지는 집단대출이 영향을 미쳤다. 은행권 집단대출의 증가폭은 10월 3천억원에서 11월 1조3천억원으로 늘었다. 10∼11월에 수도권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기존 주택에 대한 매수 심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은행권 일반 개별 주담대의 증가폭은 2조3천억원에서 1조7천억원으로 축소됐다.
금융당국은 당분간 주담대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본다. 지난 9월부터 주택 거래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월 1만6천호에서 9월 1만4천호, 10월 1만1천호로 줄어든 바 있다.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통상 2∼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주담대 수요에 반영된다. 아파트 입주 물량도 이달 들어서는 수도권 위주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내년에는 정책금리의 향방이 가계대출 추이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찍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부동산 매수 심리가 꿈틀대면서 가계대출도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상반기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도 퍼지고 있다. 내년 가계대출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고려해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고 밝혔다. 일단 올해 안에 변동금리 대출의 한도를 기존보다 줄이는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시행 시기는 미정이다. 은행권의 핵심성과지표(KPI) 체계가 가계대출 취급 확대를 부추기고 있지 않은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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