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이 공매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완비할 때까지 공매도를 몇 개월간 한시적으로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일부 언론 매체의 ‘공매도 금지 추진’ 기사에 대해 “공매도 전면 금지 추진은 확정된 바 없으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기 바란다”라는 한줄짜리 짤막한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금융위가 공매도 중단 조처에 신중한 건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들이는 방법으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급등 시 과열을 막는 등 긍정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며 법으로 중단시켜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에서 외국인·기관의 비중은 98%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최근 베엔페(BNP)파리바와 에이치에스비시(HSBC)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의 국내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자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3월부터 약 1년간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는 2021년 5월 이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여당의 공매도 중단 요구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공매도 전면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순기능이 있는 데다 우리가 명확한 근거 없이 공매도를 중단하면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우리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금지에 대해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원점에서 모든 제도 개선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