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부진에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2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거래를 나타내는 지표로, 빚을 내어가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를 상징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코스피 및 코스닥)는 17조4791억원으로 올해 2월22일(17조4182억원) 이후 가장 적었다. 한달 만에 2조원 넘게 급감했고, 올해 고점이었던 8월17일(20조5573억원)과 비교하면 두달여 만에 3조원이 넘게 줄었다.
올해 들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에코프로 그룹주를 비롯해 2차전지 관련주가 폭등했던 4월 중에 코스닥시장 종목을 위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이 기간에는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를 웃돌기도 했다. 이후 2차전지 종목의 상승세가 잦아들며 전체 잔고는 감소했지만, 6∼7월 들어 주가지수가 오르면서 8월 들어서는 유가증권시장 종목을 중심으로 잔고가 다시 늘었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코스피지수가 최근 2300선을 밑도는 등 부진하자 위험을 감수하고 차입(레버리지)을 일으켜 거래에 나서는 경우도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증시 부진과 함께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고삐를 죄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거래에 나선 투자자가 주가 하락으로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의 손실로 돌아온다. 최근 증권사들은 증거금 비율을 높여 신용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영풍제지의 증거금 비율을 올리지 않아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5천억원에 가까운 미수금이 발생한 바 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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