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임기 중에는 리딩뱅크(선두은행) 자리를 탈환했고, 연임 시기에는 증권과 보험 인수 등 비은행 강화를 통해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했습니다. 세 번째 임기 3년 동안에는 이사회 중심의 체계적 최고경영자(CEO) 선임 프로그램으로 탄탄하고 원만한 경영승계를 이뤄냈습니다.”
퇴임 두 달을 앞둔 윤종규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케이비국민은행 신관에서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9년 동안의 성과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금융업에서 지배구조의 목적은 주주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이사회를 구축해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외부의 입김을 막아내는 데 있다”며 “케이비금융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때마다 불거지는 사외이사제도의 비독립성 문제에 대해 “(적어도 케이비금융에서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프레임이나 픽션(소설)에 (전제한) 편견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에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착각일 수 있다”며 “각 회사의 연혁, 처한 상황, 업종 특성, 기업문화 등을 고려해 이에 맞는 지배구조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낙하산 인사와 관치 금융 논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견해를 꺼냈다. 그는 “금융업은 원래 규제 산업이고 예금을 국가가 보호해주는 만큼 공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달라진 금융 환경에서는 금융시장 안정과 거시건전성, 소비자 보호에 규제를 집중하고 나머지 경영 활동 영역은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줘야 금융산업이 발전하고 소비자 선택지도 더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선두·선도 금융그룹의 자리를 쟁취한 윤 회장은 아쉬움이 남는 과제로 ‘세계 금융산업에서의 위상’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 봐서는 국내 리딩금융그룹이 적어도 세계 10위권에 들어가야 하는데, 여전히 60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는 개별 은행과 금융의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아쉬워했다.
윤 회장은 ‘이자 장사’ 등 은행의 영업 행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려면 금융의 본질적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경제 전체가 충격을 받거나 어려움에 놓일 때 방어막과 방파제 구실을 하는 게 금융이다. 이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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