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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라임·디스커버리펀드 부실검사 논란…“특혜성 환매” 정황 모호

등록 2023-08-24 22:40수정 2023-08-29 13:42

금감원 이복현 원장 취임 1년 만에 재검사 결과
환매 수혜자 지목된 ‘다선 국회의원’도 위법 혐의 없어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라임 등 3개 펀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는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 연합뉴스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라임 등 3개 펀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하는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재검사가 ‘부실 검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라임 펀드를 둘러싼 횡령과 ‘특혜성 환매’ 의혹을 새로 확인했다고 내세웠으나, 대부분 수사 과정에서 이미 다뤄졌거나 정황이 모호한 사안인 탓이다. 특히 금감원이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위법 혐의가 없는 국회의원을 지목해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24일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자산운용 3사에 대한 추가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복현 원장이 취임한 지 1년여 만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라임·옵티머스 등과 관련해) 저희가 시스템을 통해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방점을 찍은 건 라임 펀드에 정치권이 연루돼 있을 가능성이다. 보도자료 본문 첫 페이지에 라임 펀드의 “특혜성 환매” 의혹을 담고 “다선 국회의원(2억원)”을 수혜자로 명시했다. 2019년 4개 라임 펀드에서 환매 대응 자금이 부족해지자, 다른 펀드 자금 125억원과 운용사 고유 자금 4억5천만원을 이용해 해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일부 투자자에게 환매를 해줬다는 것이다. 추후 해당 의원이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금감원은 부인하지 않았다. 김 의원이 라임자산운용에서 일종의 로비를 받았다고 해석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검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환매 이면에 대가나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환매를 받았는지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게 해당 펀드를 판매한 미래에셋증권은 고객 총 16명의 환매를 동시에 진행했으며, 김 의원은 투자 금액 2억원 중 1억6400만원만 돌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4개 펀드에서 환매를 받은 투자자 중에는 ㄱ중앙회(투자 금액 200억원), ㄴ상장사(50억원)도 있었다. 통상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 금액이 큰 기관투자자가 ‘갑’이어서 우선적으로 환매를 해주는 일이 종종 있다.

이에 대해 함용일 부원장은 “수익자는 위법행위를 하지 않은 게 맞다”며 “운용사나 판매사의 위법 혐의를 염두에 둔 것이고, 국회의원을 전면에 내세울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횡령 의혹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가 투자한 회사 5곳에서 약 2천억원 규모의 횡령·유용이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과 이들 회사가 짜고 쳤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함 부원장은 “각 사 대표와 라임 간에 일정한 관계성이 보였다”고 했다. 횡령 자금의 용처에 대해서는 “대부분 검찰에 통보됐으니 그다음엔 수사의 영역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문제는 금감원이 파악한 사례 중 상당수가 이미 검찰에서 들여다본 사안이라는 점이다. 한 예로 금감원은 라임 펀드에서 투자를 받은 ㄱ사의 회장 등이 회사 자금 276억원을 필리핀 소재의 리조트 인수에 썼다고 밝혔다. 이는 부동산 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과 그 관련자들을 일컫는 것으로, 이들은 이미 2020년부터 검찰 수사를 받아 일부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가 검찰 수사 내용과 어떤 지점에서 차별화되는지를 밝히는 것도 거부했다. 내부에서조차 ‘맹탕’ 검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 돌려막기’ 의혹와 관련된 추가 사례도 확인됐으나 판도를 바꿀 만한 사례인지는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1심에서 ‘펀드 돌려막기’ 의혹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장하원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함 부원장은 “이 건 자체가 재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재연 남지현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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