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범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시행령 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올린 부당이득의 산정 방식을 명문화해서 처벌 수위에 제대로 반영되게끔 한다는 취지지만, 법무부가 제동을 걸면서 진행이 더뎌지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취소한다고 21일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6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로 하위 법령 개정안을 마련해왔다. 작업을 마치고 지난 18일부터 입법예고에 나섰다가 사흘 만에 돌연 취소한 것이다.
개정법은 주가조작 등의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어려운 탓에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자본시장법상 3대 불공정거래행위에 과징금을 도입하고, 과징금·벌금의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법제화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다만 개정법의 실효성은 추후 마련될 시행령에서 판가름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법원행정처의 반대로 법 개정안 초안의 핵심 조항이 삭제되면서 구체적인 부당이득 산정 방식은 시행령으로 위임된 탓이다.
때문에 시행령의 핵심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만한 부당이득 산정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가령 주가조작과 실적 개선이 동시에 주가를 끌어올린 경우, 주가 상승분 중 얼만큼이 주가조작으로 인한 것인지 발라내지 못하면 법원에서 퇴짜를 맞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금융위는 시행령 초안에서 어떤 경우에 제3의 효과로 인한 가격 변동분을 차감해야 하는지, 그 방식은 어때야 하는지 등을 규정했다.
법무부가 제동을 건 데에는 금융위가 마련한 방식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부당이득액에서 제3의 효과로 인한 가격 변동분을 차감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규정하면, 법원에서는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퇴짜를 놓을 가능성도 있다. 시행령 초안에는 “위반행위로 인한 시세변동과 제3의 요인에 의한 시세변동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경우 그 전체를 부당이득으로 본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 관계부처와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까지 시행령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니고 다만 조금 지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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