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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주가조작 처벌 강화’ 도루묵 될라…금융당국 고개 저은 이유

등록 2023-07-03 17:54수정 2023-07-04 02:47

자본시장법 개정됐지만 실효성 낮을 가능성
금융위원회. <한겨레> 자료사진
금융위원회.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안은 주가조작 세력이 올린 부당이득을 보다 정확하게 산정해 처벌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실제로 그런 효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다. 금융당국도 법안 발의 당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보면, 법안은 3대 불공정거래행위의 부당이득을 해당 행위를 통해 이뤄진 거래의 ‘총수입-총비용’ 차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위 유형별로 세부적인 부당이득 산정 방식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그동안 법령에서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라고만 규정했던 것을 앞으로는 구체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그간 부당이득 산정의 어려움이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부당이득은 벌금·과징금의 기준금액일 뿐 아니라 범죄의 구성요건이기도 하다. 부당이득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데 실패하면 유죄 입증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가령 주가조작과 실적 개선이 동시에 주가를 끌어올린 경우, 주가 상승분 중 얼만큼이 주가조작으로 인한 것인지 발라내지 못할 경우 처벌이 불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법안이 제시한 해결책과 문제점이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부당이득 산정의 어려움은 인과관계 입증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라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 따른 한계라는 얘기다. 법령에서 산정 방식을 구체화한다고 해도 인과관계 입증에 실패하면 기존의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법원은 입법적 시도와 무관하게 인과관계에 대한 엄격한 판단을 고수해왔다. 2015년 자본시장법에 도입된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가 대표적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과징금 산정 기준이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 아닌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얻은 이익’으로 규정된 만큼,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17년 서울행정법원은 관련 판결에서 “위반행위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익만을 따로 구분해 산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문제된 종목의 주가가 테마주 등의 영향으로 오른 측면도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이를 고려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해당 판결은 2심과 3심에서도 유지됐다.

금융당국도 2020년 해당 개정안이 처음 발의될 당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법원이 기존처럼 다른 요인으로 인한 영향까지 고려해 ‘총수입-총비용’ 차액을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개정안이 시행돼도 종전과 달라지는 점이 없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입증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질서 교란행위 사례를 보면, 2021년 이후 증권선물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13건 중 5건에서 부당이득을 아예 산정하지 못했다.

결국 부당이득이라는 기준의 적합성 자체를 재검토했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처럼 주요 불공정거래행위의 형사처벌과 행정처분 기준을 모두 부당이득에 연동시켜둔 사례는 찾기 힘들다. 가령 영국의 경우 부당이득은 금전제재를 부과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니 법원에서 어떤 태도로 나오는지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부당이득 연동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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