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은 다음 달 중으로 리서치센터에서 작성하는 보고서의 전문을 제한적으로 제공한다. 무료 플랫폼에는 요약 자료만 제공하고, 전문은 자사 고객이나 개별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에만 공개한다. 지금까지는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손쉽게 보고서 전문을 읽어볼 수 있었다. 한국투자증권(2019년 12월)과 디비(DB)금융투자(2021년 3월)에 이어 교보증권도 보고서 제한 공개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교보증권의 이런 결정은 보고서가 무료로 풀리면서 애널리스트 의도와 다르게 오·남용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교보증권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보고서가 과잉 유통되면서 자료를 멋대로 짜깁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보고서의 가치를 보호한다는 취지도 있다. 이 관계자는 “보고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알아주는 곳에만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접근이 제한되는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보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의 값어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증권사들의 바뀐 인식은 ‘보고서 지식재산권 보호’란 열쇳말로도 표출된다. 이달 12일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은 보고서의 지재권이 보장되고, 유료로 열람된다. 지재권이 보장되면 리서치센터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간담회에서) 제시됐다”고 전했다. 애초 이날 간담회는 보고서의 신뢰·품질 제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보고서 지재권 보장 주장이 신뢰·품질 제고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됐다는 뜻이다.
증권사들은 외국계 증권사에 견줘 ‘매도 보고서’가 드문 배경에는 ‘보고서 무료 공급’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서치센터가 부정적 보고서를 내면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 금융당국에 해명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누가 그런 걸 감당하면서 소신껏 보고서를 내고 싶겠냐”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4월 2차전지 관련 기업인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세력과 연관된 것 아니냐’란 민원이 빗발쳐 금감원에 정황 설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의 제공 제한 조처는 교보증권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과 디비금융투자는 이미 보고서 요약 자료만 무료로 제공하고 전문은 자사 고객에게만 공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리포트는 공공재가 아니다. 임금을 주고 고용한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증권사의 자산”이라며 “보고서가 너무 광범위하게 공개되면 오히려 품질이 나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방침에 차이는 있겠으나 (보고서 공개 제한은) 어차피 가야 하는 방향이고, 좀 더 공론화되어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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