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엘지(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5월12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를 시작으로, 같은달 19일에는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춰 잡았다. 영업 실적이 회복되기 쉽지 않은데다 투자 수요는 꾸준해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잠잠하던 신용등급 강등이 최근 한 달 새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올해 4월까지 신용등급을 내려 잡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5월부터 최근까지 총 6건의 신용등급 강등이 발생했다. 집계 대상은 BBB급 이상 투자적격기업의 회사채 등급 및 등급전망을 조정한 사례다.
엘지디스플레이뿐 아니라 효성화학(나신평·한신평, A→A-), 여천엔시시(한신평, A+→A)의 신용등급이 각각 5월과 6월에 한 계단씩 내려왔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법인 실적 악화에, 여천엔시시는 유가 상승, 글로벌 설비 증설 등에 따른 원가 부담 심화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올 1분기(1∼3월) 실적이 분기보고서 등으로 확인되는 5월 중순부터 강등이 나타난 이유다. 한광열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에 견줘 신용등급 변화는 후행적인 성격이 있다”며 “지난해 기업들이 매출액은 늘었어도 원가 부담 등이 높아지면서 이익은 감소했는데, 그런 것들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 강등은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특히 6월은 신용평가사들의 정기평가 시즌인 터라 무더기 등급 강등이나 등급전망 하향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한기평은 지난달 24일 낸 ‘2023년 1분기 신용등급 변동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1분기에는 신용등급이 오른 회사가 3곳이고 하락은 없었지만, 등급전망 부여 현황과 글로벌 경기 둔화 같은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고려하면 2023년 신용등급은 하락 우위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위험이 크다. 증권사·저축은행·캐피탈사 같은 금융업이 대표적이다. 이미 올해 들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가운데 브릿지론이나 중·후순위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편인 오케이저축은행 등의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신용등급 강등은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진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조달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만약 회사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자금 조달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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