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교통사고에서 가해차량의 수리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면 피해차량 쪽 보험료 할증이 유예된다. 고가 차량의 수리비용이 피해차량 운전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은 이런 내용의 자동차보험 할증체계 개선방안을 7일 발표했다. 개선방안은 다음달 1일 이후로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에 적용된다.
바뀌는 할증체계의 핵심은 가해차량의 비싼 수리비용 때문에 피해차량 쪽 보험료만 할증되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과실비율이 9대 1인 ㄱ씨와 ㄴ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ㄱ씨의 손해액은 1억원, ㄴ씨의 손해액은 200만원이다. 이 경우 피해차량 운전자 ㄴ씨 쪽이 물어야 할 배상액은 1억원의 10%인 1천만원에 이른다. 할증기준(50만∼200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사고점수 1점이 쌓여 다른 사고가 있으면 다음 계약 때 보험료가 할증된다. 반면 ㄱ씨는 과실비율이 높지만 배상액이 180만원에 불과해서 할증을 피해갈 여지가 있다.
앞으로는 이런 경우 ㄴ씨에게 사고점수가 부과되지 않는다. 대신 별도점수만 0.5점 추가된다. 총합 점수가 1점 이상이어야 할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할증이 유예되는 효과가 난다. 반면 가해차량을 몬 ㄱ씨에게는 사고점수와 별개로 별도점수 1점이 추가로 부과돼 다음 계약 때 곧바로 할증이 적용된다.
교통사고가 난 운전자가 이런 할증체계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단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의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과실비율이 5대 5인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가해차량은 신차가격이 8천만원을 넘어야 하며, 해당 차종의 건당 수리비가 전체 평균의 120% 이상이어야 한다. 반대로 피해차량은 이런 가격·수리비 기준에 미달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차량이 배상한 금액이 200만원을 넘는 동시에 가해차량 쪽 배상액의 3배를 초과해야 한다. 가령 피해차량 배상액이 300만원이고 가해차량이 90만원이면 사고점수가 부과되지 않지만, 가해차량 배상액이 100만원이면 원래대로 사고점수 1점이 쌓이고 할증이 적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 통계를 분석해보니 고가 차량의 수리비가 일반 차량의 3배 정도 돼서 그렇게 결정을 했다”며 “신차가격 8천만원 등 일정 금액으로 고정된 요건은 향후 차 가격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서 조정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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