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경기 성남시 금융결제원 분당센터 통합 관제실에 방문해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의 준비 상황 및 서비스 개시 이후 비상 대응계획 등을 보고 받고 있다. 금융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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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아무개(42)씨는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가 시작된 31일 오후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페이 앱에 접속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에서 이용 중인 연 7.249%의 ‘마이너스통장’을 더 낮은 금리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5분 정도를 기다려 받아든 결과는 ‘지금은 갈아타기 유리한 대출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이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해서 기대를 했는데 허무하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들이 손쉽게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개발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베일을 벗은 첫날, 이씨처럼 아쉬움을 달랜 금융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으로 대환대출 가능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점은 유용했지만, 실제로 갈아탈 만한 더 낮은 금리의 상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서비스로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탄 금융소비자도 있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하루 동안(오전 9시~오후 4시) 이용 실적을 집계한 결과, 모두 1819건(약 474억원)의 대환 대출이 이뤄졌다. 금융위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주로
이직·취직 등으로 소득이 크게 늘어나 신용도가 개선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소비자들은 갈아타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저축은행에서 연 15.2% 금리로 신용대출 8천만원을 쓰던 한 소비자는 은행권 연 4.7% 금리 신용대출 상품으로 갈아탔다. 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대환한 사례도 보면 금리를 연 9.9%에서 연 5.7%로 낮췄다.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서비스가 시작된 지 약 2시간 만에 하루 대환대출 한도가 소진됐다며 신청 접수를 중단했다.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스도 오후 2시쯤 이용자가 몰려 일부 접속자들에게 대출 조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띄웠다.
일부 금융소비자들은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에서 대환대출을 조회했을 땐 이용가능 상품이 없다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개별 은행 앱에선 대환 상품을 확인하는 경험도 했다. 시중은행에서 연 6.819%에 마이너스통장을 쓰던 직장인 성아무개(36)씨는 “카카오페이에서 대환대출을 조회했을 땐 이용 가능한 상품이 없다고 떴지만, 카카오뱅크 앱에서 대환대출 가능한 상품을 조회해보니 연 5.397% 금리의 상품이 나왔다”고 말했다. ‘비대면 발품’은 여전히 팔아야 좀더 나은 조건의 금융상품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이는 플랫폼과 제휴한 금융사가 아직은 많지 않고 제각각인데다가, 플랫폼에서 조회되는 대환 전용 상품 수도 많지 않아서다. 실제
금융사들이 자체 앱에서만 조회가 가능하도록 한 대출 상품이 적지 않고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상품은 각 사 앱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