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통화긴축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주춤했는데도 ‘가계 빚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올해 2분기부터는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그 추이가 주목된다.
29일 국제금융협회(IIF)가 이달 발간한 세계 부채 보고서(Global Debt Monitor)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가계부채 잔액은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2%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인 33개국과 유로 지역 중에서 1위였다. 홍콩(95.1%)과 태국(85.7%), 영국(81.5%) 등이 한국의 뒤를 이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가계부채 규모가 축소 흐름을 보였음에도 1위를 유지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이 빠른 속도로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를 그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지디피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 해 전에 견줘 3.3%포인트, 3개월 전에 비해서는 0.6%포인트 내려왔다. 전세계 가계부채 비율도 62.0%로 1년 전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2분기부터는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 집계를 보면, 지난 4월 한 달간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2천억원 늘며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떨어지던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특례보금자리론 같은 정책금융 상품이 흥행한 영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가계대출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비금융기업 부채 비율이 오름세를 이어간 점도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비금융기업 부채 잔액은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118.4%로 1년 전보다 3.1%포인트 올랐다. 전세계 비금융기업 부채 비율이 97.5%에서 96.3%로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한국의 비율은 홍콩(269.0%)과 중국(163.7%), 싱가포르(126.0%), 일본(118.7%)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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