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을 향해 채권 자전거래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면서 공식적인 경고를 날렸다. 이미 하나증권과 케이비(KB)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다른 증권사들도 순차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금감원은 24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증권사의 랩·신탁 시장의 불건전 영업관행과 관련해 2개 회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우선 들여다보는 증권사는 하나증권과 케이비증권이다.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들이 만기 미스매칭(불일치)을 통해 과도한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면, 자금시장이 경색되거나 대규모로 계약 해지가 발생했을 때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편법적인 방법으로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며 “법상 금지하고 있는 고유재산과 랩·신탁재산 간 거래, 손실보전·이익보장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 검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신탁 상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단기 투자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고금리 장기채권 등을 편입했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처럼 시장 상황이 나빠져 평가손실이 나자 자전거래에 나섰는데 여기에 불법적인 소지가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은 자전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금감원은 올해 초 연간 계획의 하나로 증권사의 채권 자전거래 같은 불건전 영업행위를 검사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혔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랩·신탁 시장의 동향, 환매대응 특이사항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했으며, 기초자료 분석과 시장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 대상 회사를 선정하고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금감원의 설명자료는 전날 케이비증권의 해명과 연관도 있어 보인다. 케이비증권은 지난 23일 언론사들에게 “상품 가입시 만기 미스매칭 운용 전략을 사전에 설명한 만큼 불법이 아니다. 타 증권사와의 거래도 손실을 덮을 목적이 아니라 시장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시기적으로 손실을 만회하려는 목적의 거래가 아니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자 금감원이 불법 요소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설명자료를 배포해 경고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의 이번 현장검사는 다른 증권사들로도 확대될 조짐이다.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채권 자전거래가 사실상 증권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 중인 2개 회사 외에도 검사대상으로 이미 선정된 회사에 대해 순차적으로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해 고질적인 관행을 근절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