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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일본 증시 랠리를 보는 불편한 심경

등록 2023-05-21 17:21수정 2023-05-22 02:47

Weconomy | 박상현의 경제 톡

가위바위보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가 일본이다. 이런 일본 경제와 증시가 소리없이 잘 나가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토픽스(TOPIX) 지수가 버블 붕괴 이전인 1987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성장흐름도 양호하다. 1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비 0.4%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고 우리나라 1분기 성장률(0.3%)을 앞섰다.

한 분기 성장률만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일본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일부 있다. 더욱이 박스권에 갇혀 있는 국내 증시와 대비되는 일본 증시의 강한 랠리를 보고 있기는 불편하다. 일본 경제와 증시가 조용히 잘 나가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초완화적 통화정책이다.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엔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고물가 때문에 공격적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라는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아무래도 제로금리 수준에서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일본 증시 등 자산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내수 경기회복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일본은 내수 중심 경제이다. 국내총생산 중 가계 소비 비중이 50% 초반 수준이며 민간투자까지 합칠 경우 비중은 70% 중반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내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닫혔던 국경이 개방되면서 관광객의 빠른 급증과 보복 소비가 내수 경기에 훈풍으로 작용 중이다. 디플레이션 탈출 분위기도 내수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마도 주요국 중 인플레이션 현상을 반기는 경제는 일본 경제가 유일할 것이다. 디플레이션 탈출 분위기를 보여주듯 소비심리 회복과 임금 상승폭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임금 상승폭 확대를 유도하면서 올해 일본 임금상승률은 1993년(3.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중 갈등 등 각종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도 일본 경제와 증시에 도움을 주는 양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미국과의 경제 공조 강화 등으로, 미-중 갈등과 대만 리스크를 피해 중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일본 증시 등 금융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대중국 수출 비중이 작아지는 등 미-중 갈등 격화로 일부 피해를 보고 있지만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다.

일본의 경제 회복은 침체를 고민하는 글로벌 경제에는 일단 긍정적 시그널이다. 다만 일본 경제와 증시 호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잘 나가고 있는 일본을 배 아파하기보다는 우리 경기의 회복 활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하반기 우리 경기를 부양하는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건전 재정도 중요하지만 단기 경기 부양 차원에서 추경 등 재정정책 수단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천수답처럼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 수출 경기 반등만을 기대하기보다는 신산업 육성 및 글로벌 산업·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보다 공격적이고 세심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하반기 경기 반등과 증시 박스권 탈출을 위해서는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과 중국 경제활동 재개의 낙수효과만 기대하는 틀에서 벗어나 정부와 한은의 부양정책 및 다양한 산업정책이 동반돼야 할 시점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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