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중순부터는 비우량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에 가입하면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비우량물에 대한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채권시장 수요의 우량물 쏠림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9일 하이일드펀드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 소득에 15.4%(지방세 포함)을 적용해 분리과세를 한다고 밝혔다. 분리과세 혜택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이 개정된 뒤인 다음달 12일 이후 가입하는 펀드부터 적용된다.
세제지원은 A등급 이하 회사채 수요를 회복시키는 데 초점이 있다. 공모펀드의 경우 BBB+등급 이하 회사채(A3+등급 이하 전자단기사채 포함) 비중이 적어도 45%여야 혜택의 대상이 된다. 이를 포함한 국내 채권 비중도 60% 이상이어야 한다. 사모펀드와 투자일임계약, 특정금전신탁은 ‘BBB+등급 이하 45%’ 조건에 더해 A등급 회사채(A2등급 전단채 포함) 비중이 15%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2014∼2017년 비슷한 세제지원을 시행할 때 A등급이 제외됐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최근 A등급 미매각 사례가 많아 지원대상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세제혜택 대상자들은 최대 수백만원의 절세를 기대할 수 있다. 분리과세는 1인당 3천만원 한도로 적용되며, 다음달 12일∼내년 12월31일 펀드에 가입한 경우에 가입일로부터 3년간 세제혜택이 부여된다. 3천만원 투자로 연 수익률 5%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3년간 최대 153만원의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최고세율 49.5%를 적용받을 때와 비교해 계산한 숫자다.
이번 분리과세는 지난해 이후 얼어붙은 비우량물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조처다. 우량물 쏠림 현상으로 자칫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저 신용등급 기업마저 자금조달에 실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올해 1분기 무보증회사채 발행 물량의 약 70%가 우량채(AA-등급 이상)였다. A등급 미매각률은 15.8%, BBB+등급 이하 미매각률은 37.9%에 이르렀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계속되고 있어 세제지원의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향후 특례보금자리론의 영향으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물량이 늘어나는 등 우량채 쏠림 현상이 심화할 만한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번 조치로 약 3조원의 신규 자금이 하이일드펀드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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