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신한·케이비(KB)국민·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에서 정기 예·적금 잔액이 전달 대비 10조5천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중반대로 내려앉으면서 예·적금 자금 이탈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3월 말 정기 예·적금 잔액은 842조4292억원으로 2월 말 대비 10조5933억원이 빠졌다. 지난해 9월 연 5%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최근 연 3% 중반대로 내려앉은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달 말보다 8조5천억원 늘어난 598조2682억원을 기록했다. 요구불예금은 지난 2월에도 전달 대비 18조원가량 늘어난 바 있다. 요구불예금을 포함한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1871조5370억원으로 전달 말 대비 18조2675억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같이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을 말한다.
전체 원화대출 잔액은 1414조8253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1조3284억원 줄며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가계대출 잔액이 680조7661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4조6845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511조2320억원으로 전달 말 대비 1조5537억원,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10조9402억원으로 전달 말 대비 2조5463억원 각각 감소했다. 기업대출 잔액은 714조6747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3조7511억원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의 여신과 수신 잔액이 나란히 줄어든 건 부동산 시장의 과도기적 상황에 따른 영향으로도 풀이된다.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부동산 거래가 부진해 주담대 잔액이 하락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건 최근 주택매수심리가 반등한 영향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거래가 부진하고 전세가액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주담대 잔액은 줄어들었지만,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늘어난 요구불예금 잔액을 자산 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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