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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은행 돈잔치 수익 어디서?…‘정부 정책’ 덕에 땅짚고 헤엄쳤다

등록 2023-02-24 08:00수정 2023-02-24 11:49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 셋째)과 중소기업단체 대표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소·소상공인은 높아진 대출이자 부담 등에 따른 경영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금융권의 고통 분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 셋째)과 중소기업단체 대표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소·소상공인은 높아진 대출이자 부담 등에 따른 경영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금융권의 고통 분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케이비(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해 사상 최대 이자수익 증가분 가운데 상당 몫이 소상공인·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에서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출의 총 이자수익은 지난해 1~9월 약 13조원으로 1년 전보다 4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보증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늘었을뿐 아니라 부실채권도 줄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도 은행들의 가산금리를 높여 이자 실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은행의 지난해 ‘사상 최대 이자수익’ 배경에 이 같은 정부 정책 수혜가 있는 만큼 사회·경제적 기여에 대한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23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원화대출금 총액(기업 및 가계 합산 총 1140조1563억원) 중에서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금은 486조998억원이다. 2021년 9월 말(443조4974억원)에 견줘 42조602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금은 63조7781억원에서 79조1593억원으로 15조3천억원 증가했다. 기업 총 대출금 증가분(58조원)의 대부분을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한 셈이다.

4대 은행이 원화대출금(기업 및 가계)에서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2021년 1~9월 총 21조8340억원에서 지난해 1~9월 30조1382억원으로 8조3천억원 증가했다. 그리고 4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자금 비중은 각각 2021년 9월 말 40.87%, 지난해 9월 말 42.63%다. 이에 중소기업 대출에서 벌어들인 이자 수익 규모는 2021년 1~9월 8조9259억원, 지난해 1~9월 12조8479억원으로 1년새 3조9220억원 가량 급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치는 가계·대기업·중소기업의 대출 이자율이 똑같다고 가정한 것인데, 실제 예금은행 대출금리(잔액 기준·금액가중평균)는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1년새 1.41%포인트(2021년 9월 말 연 2.89%→지난해 9월 말 연 4.30%) 오른 바 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 상승폭(연 2.81%→연 3.98%, +1.17%포인트) 및 대기업 대출금리 상승폭(연 2.72%→연 4.00%, +1.28%포인트)보다 높다.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더 많이 뛴 만큼 4대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서 얻은 이자 수익 증가분은 4조원을 훌쩍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의 이자 수익 급증 배경에 대해 “은행들의 대출 자산 증가, 잔액기준 예대금리차 확대,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가계대출 자산은 감소했음에도 코로나19에 따른 당국의 각종 금융 지원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중소기업 쪽을 중심으로) 총 대출자산이 증가하고,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은 낮아져 은행마다 비용 항목인 대손충당금은 (당국의 요청만큼) 크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 예금은행의 이자 이익(2021년 3분기~2022년 2분기)에서 기여도는 대출자산 증가 확대 등이 60%, 예대금리차 확대가 40% 가량이다. 2021년 9월 말과 지난해 9월 말을 비교하면 4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총액은 1085조원에서 1140조원으로 55조원 증가했는데, 이 중에 기업대출금은 507조원에서 565조원으로 58조원 증가한 반면, 가계대출금은 567조원에서 561조원으로 줄었다.

4대 은행의 이자순수익(대출이자수익-예·적금 이자비용)은 지난해 1~9월 21조4500억원으로 전년(17조5500억원) 대비 3조9천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에 예수금이자비용(5조130억원→9조4600억)이 늘었음에도 대출이자액(21조8천억원→30조1천억원)이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인데, 그 바탕에는 중소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한 대출자산 급증이 있었다.

그런데 4대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금이 42조6천억원 증가했음에도 부실위험채권으로 분류되는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은 지난해 9월 말 1조6041억원(중소기업 총여신 대비 0.309%)으로 2021년 9월 말(0.381%)보다 오히려 줄었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했음에도 연체율은 감소한 배경에는 정부와 한은의 각종 금융 지원이 존재한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정부는 소상공인·개인사업자에게 각종 방역지원금·손실보전금으로 약 60조원을 투입했고, 한은도 총 19조원에 이르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금융중개지원대출자금(조달금리 연 0.25%)을 은행에 특별 대출해줬다. 이런 공적 정책에 힘입어 중소기업의 상환위험이 줄어들면서 은행마다 앞다퉈 중소기업 대출자산을 크게 늘려 안정적 이자수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한은의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금리차 2022년 10월 18일변동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3개 일반은행의 12년치(2010년 1분기~2022년 1분기) 예금·대출 이자율 자료를 활용해 가계와 기업을 포함한 총 대출의 예대금리차(잔액기준) 변동 요인 12가지를 살펴본 결과,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미치는 영향은 10.2%로, 기준금리(26.5%)·담보대출 비중(14.0%)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조달금리인 은행채 신용스프레드(9.1%), 고정이하 여신비율(7.6%), 변동금리대출 비중(5.7%)보다 영향이 더 컸다. 중소기업 대출에 붙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예대금리차를 확대시킨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의 이자 이익 급증을 도운 또 다른 정부 정책으로는 가계대출 총량규제도 꼽힌다.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총량을 관리하자 금리 경쟁 유인이 사라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가산금리를 더 얹는 추세가 나타난 것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간 가계대출 금리경쟁 유인이 줄어들면서 가계대출 가산금리가 크게 상승해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고 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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