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천억원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한 케이비(KB)금융지주
최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상장사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최근 3년 동안 11조원 어치에 가까운 자사주를 매입·소각했다.
1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10일까지 3년여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11조원에 육박한다. 2020년 자사주 소각 규모는 4조원 수준이었다. 자사주 소각 공시건수는 2021년 32건에서 지난해 64건으로 늘어났다. 금액 규모는 같은 기간 2조5407억원에서 3조135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자사주 소각은 공시 기준으로 11건, 1조2724억원 수준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상장사는 현대차 3154억원, 케이비(KB)금융지주 3000억원, 메리츠화재 1792억원, 신한금융지주 1500억원, 하나금융지주 1500억원, 케이티(KT) 1천억원 등이다.
자사주 이익 소각은 기업이 이익잉여금을 동원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는 것으로 자본금은 줄어들지 않고 유통 주식 수만 감소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가 부양효과가 매우 큰 주주환원 정책이다. 이와 관련해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한국증권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인 ‘자사주 보유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2004~2018년 코스피·코스닥 상장 제조업 1860개사 자사주 보유비중 분석’에서 “기업가치 측면에서 자사주 보유가 많은 그룹은 자사주 보유가 적은 그룹보다 기업가치가 낮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이 곧 소각으로 이어지는 외국 관행과 달리 국내에서 자사주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나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돼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져야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이고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자사주 소각 여부가 주주환원 정책의 결정적인 변수이자 주가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주 권익보호를 위해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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