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에 대해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는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 형사처벌만 가능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형사처벌과 별개로 과징금을 통한 부당이익 환수가 가능해진다.
16일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이번 달 말 불공정거래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9월 발의한 이 개정안은 발의 2년여 만에 법안소위 통과를 목전에 두게 됐다. 애초 개정안은 이날 심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설 연휴 이후 열리는 다음 회의로 심사가 연기됐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비슷한 내용의 박용진 의원 개정안과 병합해 다음 소위 때 논의될 예정”이라고 했다.
윤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미공개정보 이용·시세 조종·부정거래 등 3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에 대해 과징금을 부당이익의 2배로 부과하는 것이다. 또 부당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불공정거래 행위 자체에 대해 5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현재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 행위는 형사처벌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통상 재판이 진행되는 2∼3년 간 불공정거래 행위자들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자본시장에서 활동해왔다. 불공정거래로 취득한 부당이익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이를 환수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부당이익을 신속하게 환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개정안은 발의 후 지난 2년여 동안 논의에 탄력이 붙지 못했다. 과징금 부과 절차를 두고 이견이 있었던 탓이다. 애초 개정안은 과징금 부과 시점을 검찰 수사가 완료된 후로 못 박았다. 검찰로부터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뒤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는데, 행정처분 절차를 법에 규정하는 게 행정처분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대해 최근 금융위원회가 이 조항을 삭제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시행령을 통해 보완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징금 등 행정처분은 각 부처의 독립적 권한이며, 검찰 수사 결과와 무관하지만, 현실적으로 검찰 수사 결과와 과징금이 맞물려 집행되어야 한다는 법무부 입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시행령으로 이를 규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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