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 지수를 모니터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말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산타랠리’는 없었다. 이달 23일 기준 연초 대비 주식 투자수익률은 코스피 -22.3%, 코스닥 -34.4%다. 그런데 증권가에선 경기 후퇴를 미리 반영하는 주식시장 특성과 과거의 주가 수익변동 경험에 비춰보면 “내년 증시는 반등을 기대해 볼만하다”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래도 까치는 온다는 얘기다.
26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수익률은 지난 23일 기준 연초보다 22.3% 하락했다. 코스닥은 34.4% 떨어져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해를 보냈다. 미국 주식시장으로 옮겨간 투자자들의 수익률 형편도 같았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연초 대비 -19.3% 수익률을 나타냈고, 나스닥은 2012년 이후 최악의 해(-32.9%)를 경험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률 방어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전 세계 증시 수익률 지수(MSCI Ac World 기준·세계 모든 시장 포함)는 지난 23일 기준 604.39로, 1년 변동률은 -19.11%로 집계됐다. 1988년 이후 34년 기간으로 보면 세계증시 연간 수익률에서 하위 12%에 속하는 대침체의 한해였다.
그런데도 증권가는 대체로 “내년에 기회는 온다. 올해 수익률이 나빴다고 내년 주식투자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신한투자증권은 “한 가지 위안은 과거 경험상 국내 증시가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인 이듬해 수익률이 비교적 높았다는 점이다. 세계 증시도 연간 수익률이 연속 하락한 사례는 정보기술(IT) 거품 때(2000~2002년)가 유일했다”며 “당시를 반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한국 증시는 세계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되는 국면에서 가장 빠르게 지수 상승을 보이는 특성을 보여온 만큼 제로 코로나 봉쇄에서 리오프닝으로 전환한 중국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한국 주식 비중 확대를 여전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주식·부동산·채권 어느 자산에 투자했더라도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통화긴축의 대가가 가혹했던 한 해였다. 내년에도 위험자산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여전히 비관적인 주식시장 전망이 많아 ‘1월 효과’(경기가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 작용)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래도 희망적인 건 주가는 경기 선행적이라서 경기침체 우려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새 정부 집권 2년차에 성장산업 지원정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이 모멘텀으로 지수보다는 개별 종목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 기업 이익은 향후 2~3분기 동안 정체·감소 구간에 진입하고 턴어라운드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전망했다.
유안타증권도 “산타는 없어도, 까치(새해)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고 기다릴만하다”며 “올해 증시가 내년 기업 감익 ‘우려’를 반영한 것처럼, 내년 국내 증시는 2024년 이익사이클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를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증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보통 1년 내내 주가가 쉬면 경기 침체에 들어서지 않는 이상 대개는 반등하기 마련인데, 내년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부담을 이겨내기 만만치 않은 만큼 주가가 추세 회복이나 강세를 과연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평가하며, 내년 코스피 전망치를 2050~2600으로 제시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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