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책금융지원협의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재도입이 25년 만에 추진된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기업이 인수합병 될 때 피인수 기업의 소액주주도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인수인에게 지분을 팔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주식양수도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을 보면 인수합병으로 상장사 지분의 25% 이상을 갖게 돼 최대 주주가 되는 경우, 경영권 지분을 사들일 때 지불한 가격으로 일반주주 지분도 사들이도록 하는 게 뼈대다.
다만 이렇게 의무적으로 공개 매수해야 하는 물량은 전체 주식의 50%+1주로 정했다. 가령 인수 회사가 피인수회사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의 30%를 사들였다면, 최소 20%의 일반주주 주식을 공개매수 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50%를 넘어가면 적절한 비율로 나눠 매입하도록 하고, 50%에 미달하면 해당 물량만 매수해도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공개매수 의무를 위반하면 의결권 제한, 주식 처분명령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인수합병의 대부분(84.3%)이 최대주주의 지분을 사들이는 주식양수도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주식매수청구권 등 적절한 주주 보호장치가 없어 인수에 반대하는 피인수 기업의 일반주주들은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1997년 1월 도입됐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1998년 2월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금융위는 이 제도 도입을 위해 내년 중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되 법 개정 이후 시행까지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둘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일반투자자의 권익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한편 지배주주와의 불투명한 거래를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약탈적 인수합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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