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의 한 은행에 붙어있는 대출 및 예금 관련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지난달 은행들이 취급한 기업대출 금리가 약 10년 만에 5%를 넘어섰다.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은행대출 수요가 불어나면서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이자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61%포인트 오른 연 5.27%였다. 기준금리가 3.00%였던 2012년 9월(5.30%) 이후 최고치로 약 10년 만에 5%를 넘어선 것이다. 오름폭만 놓고 보면 1998년 1월(2.46%포인트) 이후 최대 기록이다. 특히 대기업대출 금리가 연 5.08%로 0.70%포인트나 뛰었고, 중소기업대출 금리도 0.62%포인트 상승한 연 5.49%를 기록했다.
이는 회사채 시장이 위축되자 은행 대출창구를 찾는 기업들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은의 ‘빅스텝’(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기업들의 은행대출 수요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뛴 것이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조7천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증가 폭(10월 기준)을 기록한 바 있다. 은행들이 기업들의 고금리 장기대출을 주로 취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계대출까지 합친 전체 대출 금리는 0.55%포인트 오른 연 5.26%였다. 이는 가계대출 금리가 연 5.34%로 0.19%포인트 오르며 보다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 결과다. 한은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안심전환대출 취급이 계속되면서 가계대출 금리 오름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그 영향으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신규취급액 기준)도 5.0%포인트 상승한 29.0%를 기록했다.
예·적금 금리는 대출 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달 저축성수신 금리는 연 4.01%로 전달보다 0.63%포인트 올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시장 불안에 더해 유동성 규제비율을 충족하려는 은행들의 예금 유치 경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예대금리차는 전달보다 0.08%포인트 낮은 1.25%포인트로 두 달 연속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이달 이후에는)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경쟁 자제 요청이나 은행채 발행 자제 요청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상당히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단정적으로 (추세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