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가운데,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인 예대금리차가 8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은행들에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시키고 예대금리차 공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27일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올 3분기 말 잔액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46%포인트였다. 2014년 2분기(2.49%포인트) 이후 8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평균치는 각각 1.66%, 4.12%로 직전 분기에 비해 각각 0.49%포인트, 0.55%포인트 올랐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연 5%대 정기예금이 속출하는데도 은행의 평균 예금금리가 1%대로 집계되는 건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2분기부터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분기 2.05%포인트에서 2분기 2.12%포인트로 뛰더니 올해 3분기 들어 2.46%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은행들에 예금금리 인상 경쟁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예금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 산정의 토대가 되는 자금조달지수(코픽스)가 뛰면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에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지도했고,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수신금리(예적금 금리)를 올려온 은행들은 이례적으로 수신금리 인상을 유보했다. 다만 은행채 발행이 막힌 상황에서 예금금리 인상에도 제동이 걸려 은행권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자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은행채 발행을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매달 비교 공시하던 예대금리차에 더해 다음달부터 예대금리차 산정 세부항목인 평균 대출금리 등을 함께 공시하도록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용도별 가계대출 금리도 은행 내부 등급에 따라 공시하던 것을 개인신용평가회사 신용 점수로 기준을 바꿔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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