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의 자금세탁방지 전문인력 비중이 외국계 은행의 3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권에서 자금세탁으로 의심되는 ‘이상 외화송금 거래’ 정황을 무더기로 발견하고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은행들의 내부감시 인력 부족이 이 같은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4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 내 자금세탁방지(AML) 전담인력은 모두 280명으로 전체 임직원(5만7085명)의 0.49%에 불과했다. 반면 국내 외국계 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한국씨티) 두 곳의 AML 인력은 총 85명으로 전체 임직원(5760명) 중 1.47%를 차지했다. 국내 은행은 외국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세부적으로는 우리은행이 81명으로 AML 전담 인력이 가장 많았고, 케이비국민은행(80명), 한국씨티은행(66명), 신한은행(63명), 하나은행(56명),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19명)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2019년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경영진에 제재를 가하는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된 후부터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 전문 인력을 늘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외국계 은행에 비해 그 비중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전문성도 외국계 은행이 국내은행을 앞섰다. 국내 4대 은행 AML 인력이 해당 업무만 전담으로 맡아본 평균 기간은 2.2년인 반면, 외국계 은행의 경우 평균 경력이 6.9년으로 큰 차이가 났다. 한국씨티은행이 AML 담당 직원들의 해당 업무경력이 7.7년으로 가장 길었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4.2년), 신한은행(2.7년), 하나은행(2.4년), 우리은행(2.2년), 케이비국민은행(1.8년) 순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발생한 가상자산 관련 대규모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뒤늦게 적발돼 수사중인데, 1차적으로 이상거래를 탐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하는 은행의 경험있는 자금세탁방지 인력과 프로세스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미 달러를 이용한 자금세탁은 은행의 외화거래 영업정지를 가져올 수도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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