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3년 예금 금리를 추월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 : 언스플래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3년 만기 예금 금리를 추월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려는 고객 수요와 기준금리 정점이 멀지 않다고 보고 고금리의 장기 예금 상품 판매를 꺼리는 은행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9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19개 시중은행 중 4개 은행에서 2·3년 만기 금리보다 높은 금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건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이날 정기예금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의 1∼2년 예치 금리를 1.1% 포인트 오른 연 4.60%로 대폭 인상했다. 이 상품은 1∼3개월, 3∼6개월, 1∼2년, 2년 이상 등으로 예치 기간을 선택해서 가입할 수 있는데, 1∼2년을 제외한 기간에 대해서는 0.5∼0.8%포인트 인상된 금리가 적용됐다. 2년 이상 예치할 경우 금리는 연 4.30%로 1∼2년 예치할 때보다 0.30%포인트 낮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도 1년 만기 금리가 연 4.55%로 2년(4.31%)·3년(4.33%) 만기 금리보다 높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4.50%로 2·3년 상품에 적용되는 연 4.20%보다 높다.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도 연 4.15%로 2·3년 만기 금리인 연 4.00%를 넘긴 상태다.
통상 정기예금이나 적금 등 은행의 수신 상품 이자율은 만기가 길수록 높다. 오래 돈을 묶어둘수록 유동성을 희생해야 하는 만큼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러나 최근 단기 예금 금리가 장기 금리를 넘어선 건 1년 전부터 이어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려는 고객 수요가 커졌고, 은행들이 이에 맞춰 1년짜리 예금 상품을 통한 자금 조달을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장기 예금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고객 수요가 몰리는 단기 예금 금리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전략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정점을 찍고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향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기준 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은행 입장에서도 지금 시점에 만기가 긴 장기 고금리 예금을 가져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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