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수 금융감독원(금감원) 부원장이 지난 7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진행 상황'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을 거쳐 국외로 송금된 수상한 자금의 규모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9조원대로 파악했는데, 검사를 진행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22일 ‘은행권 이상 외화송금 검사 추가 진행 상황’을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검사 과정에서 확인된 수상한 외화송금 규모가 72억2천만달러(약 10조1천억원)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중간 검사 결과 발표에서 이상 외화송금 규모가 65억4천만달러(약 9조2천억원)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달 만에 약 1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에 신설됐거나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에서 귀금속, 반도체, 화장품 등을 수입하는 대금 명목으로 대규모 해외 송금이 이뤄졌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업체 규모에 비해 송금액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수상한 거래라고 판단하고 지난 6월 비정상적인 외환 거래 사례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이때 은행권 해외 송금 검사를 시작했고, 지난달 22일 우리·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은행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현장·서면 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다음달까지 12개 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하고, 필요하면 검사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해외로 송금된 돈이 국외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홍콩, 일본, 미국, 중국 등에 있는 법인으로 추정된다. 이에 금감원과 검찰, 국정원은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상 외화송금 거래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활용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불법 자금 세탁과 재산 해외 은닉 용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우리·신한은행 사례와 유사하게 여타 은행에서도 대부분 거래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 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검찰과 관세청에도 공유하기로 했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이일규 부장검사)도 지난 21일 이상 해외송금과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이 은행 직원 ㄱ씨를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도 검사 과정에서 은행 및 임직원의 법규 위반이 확인될 경우 제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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