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지속적인 시중금리 인상기에 고금리 예·적금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대기성 자금’을 붙잡기 위한 금융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은 물론 대기성 자금을 잠시 넣어두는 수시입출금 ‘파킹통장’에서도 금리 경쟁이 불붙으면서 토스뱅크가 파킹통장 대표주자로 군림하던 시장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8일부터 자사 파킹통장 상품인 ‘세이프박스’의 기본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해 연 2.20%씩 지급하겠다고 7일 밝혔다. 지난달 이 상품의 금리를 0.8%포인트 올려 연 2%로 제시한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변경된 금리는 8일 기준 신규 입금 금액부터 적용된다. ‘세이프박스’ 1개에 최대 1억원을 보관할 수 있지만 이 박스를 제한 없이 만들 수 있는터라 사실상 예치금 상한은 없다. 이미 세이프박스에 가입해 있던 고객도 인상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번 제공 금리 인상으로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 중에서 파킹통장 1위(제공 금리 기준)로 단숨에 부상했다. 지난해 10월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루만 맡겨도 연 2.00% 이자를 쳐주는 파킹통장을 출시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토스뱅크는 최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각 연 2.10%와 2.20%로 기본 금리를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는 모양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파킹통장 경쟁이 뜨겁다. 현재 저축은행 파킹통장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페퍼저축은행이다. 이 은행의 ‘페퍼스파킹통장’은 최대 5천만원까지 연 3.20%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8일 오케이(OK)저축은행도 다음달 1일부터 자사 파킹통장인 ‘OK e-읏통장'의 우대금리를 기존 0.2%에서 0.3%로 0.1%포인트 인상해 최대 1천만원에 대해 연 3.30% 금리를 적용할 계획이다.
파킹통장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수시입출금 통장 상품이다. 기존 수시입출금식 일반 예금상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이자가 하루 단위로 붙기 때문에 예·적금과 달리 돈을 자유롭게 넣었다 뺄 수 있으면서도 이자 수익도 쏠쏠하다. 하루 단위로 쌓인 복리 이자는 통상 한달에 한 번 한꺼번에 지급된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및 머니마켓펀드(MMF)와 유사하게 주식 매수 목적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고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차를 주차하듯 목돈을 잠시 맡겨 이자를 불리는 상품이다.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는다는 점에선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CMA와 비슷하다. 다만 CMA는 종합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CMA를 제외하고는 원금 보장이 안되는 반면, 파킹통장은 시중은행 상품이므로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돼 원금 5천만원까지 보장된다. 이자도 CMA보다 약간 높다. 보통 CMA 상품의 이자율은 연 1.8∼2.5% 수준이다.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MMF도 CMA처럼 운용실적에 따른 수익금을 매일 지급하지만 원금 보장이 되지 않아 손실위험이 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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