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네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진은 25일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현수막. 연합뉴스
“한○○ 고객님, 대출금리가 8월24일 6.27%로 변경되었습니다.” 40대 직장인 한씨는 요새 은행 문자에 가슴이 철렁한다. 그는 연초 4.2% 금리로 9천만원을 신용대출 받았는데, 8개월 만에 금리가 2%포인트 올랐다. 한씨는 지난해 받은 2억4천만원의 전세자금대출도 있는데, 이 금리도 약 1년 만에 3.2%에서 5.8%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한씨는 25일 <한겨레>에 “매달 대출 이자액이 80만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140만원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1년 만에 0.50%에서 2.50%로 껑충 뛰면서 곳곳에서 ‘빚의 역습’이 벌어지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 연간 이자액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이전보다 26조4천억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자영업자들의 연간 대출 이자액도 12조8천억원 더 늘어난다. 연말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7%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른다.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한은의 기준금리 누적 인상 폭은 2.00%포인트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전체 가계대출 연간 이자액은 3조3천억원씩, 차주 1인당 평균 연간 이자액은 16만3천원씩 증가한다.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차주 1인당 평균 연간 이자액은 총 130만4천원 더 늘어난다.
이날 5대 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농협)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상단이 연 6.11%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말 연 7%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보고 있다. 금융채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신용대출 금리도 이날 4대 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연 4.50~5.80%여서, 6%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영업자의 1인당 대출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3억5천만원으로, 비자영업자 평균(9천만원)의 4배에 이른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전체 자영업자 연간 대출 이자 부담이 1조6천억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자영업자 연간 대출 이자액은 지난 1년간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총 12조8천억원 증가한 셈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빚은 양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질도 좋지 않다. 최근 2년 반 동안(2019년 말∼2022년 6월 말)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7만5천명에서 33만명으로 4.4배 증가했다. 정부는 저신용, 장단기 연체자 등 상황이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이자 감면, 장기 분할 상환, 원금 탕감 등을 지원해주는 ‘새출발기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도 대출 금리 상승 속도를 다소 늦출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대출금리는 대출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산출한다. 기준금리 영향을 받는 대출기준금리는 손댈 수 없지만,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가산금리는 조정이 가능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대출금리 상단이 적용되는 고객들은 저신용자 등으로 많지 않다”며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 금리 상승 폭이 과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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