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민·당·정 간담회 및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을 거쳐 국외로 송금된 수상한 자금의 규모가 당초 예상을 넘어 총 8조5천억원(65억4천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은 현장 검사 결과 12일 현재까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규모는 총 33억9천만달러(4조4200억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은행들이 자체 점검한 결과 외환송금 의심거래 액수는 31억5천만달러(4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금감원은 모든 은행에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 가상자산 관련 송금 등에 해당하는 20억달러(2조6천억원) 규모의 거래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지시했는데 이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이로써 이상 해외송금 규모는 현재 우리·신한은행을 포함해 총 65억4천만달러(8조5412억원)에 이른다. 관련된 업체만 65개사(중복 제외)다. 지난달 27일 금감원이 중간발표한 점검대상 규모(53억7천만달러, 44개사)보다 크게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원래 점검 대상을 의심 거래로 신고했거나 점검 대상에서 빠졌던 부문에서 액수가 새로 추가되기도 하면서 이상 해외 송금 거래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감원이 현장 검사를 나가면 실제 적발되는 금액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자체점검에서 나타난 의심거래 유형을 보면, 가상자산거래소 연계계좌를 운영하는 은행(신한, 전북, 농협, 케이)으로부터 입금 거래가 빈번했다. 이들 금액의 상당액이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국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와 연관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업체와 대표가 동일인이거나 사무실‧일부 직원이 중복되는 등 업체의 실재성이 의심되거나, 업력이나 규모에 비해 송금액이 거액인 경우도 많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검사는 오는 19일 완료할 예정이며 이상 외환 송금 의심 거래가 파악된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할 것”이라면서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규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고 필요하면 관련 내용은 유관 기관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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