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영·자금상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변동금리 수준으로 금리를 낮춘 고정금리 정책대출상품을 새로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상품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최대 1%포인트까지 금리를 우대해주고, 금리 상황에 따라 여섯달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번갈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 공식 업무보고를 앞두고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서 중소기업 대상 고정금리 정책대출상품에 대해 “모든 중소기업이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처음에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으니까 그쪽으로 몰리는데, 원래 신용등급(으로 받을 수 있는 금리)보다 더 낮춰서 가능한 한 변동금리 수준에 가깝게 (고정금리 대출로) 자금을 공급하고 나중에 금리가 또 내려가면 변동금리로 갈아타고 싶어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옵션까지도 주겠다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6조원 규모로 신규 공급되는 이 고정금리 정책대출상품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 회사 자체 자금으로 준비 중이다.
한편,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빚을 못 갚았다고 바로 길거리에 내쫓고 파산시키는 게 채권자 입장이나 국가 입장에서 좋은 것이냐”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 조정 방안을 두고 은행권에서 ‘도덕적 해이’, ‘금융기관의 금전적 손실’ 등 우려를 제기한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신용도가 굉장히 떨어지고 어려운 분에 대해서는 채무를 어떤 식으로든지 조정해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채무 조정 지원의 문턱이 낮아 빚을 갚을 수 있는데도 연체를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법정관리는 아무나 신청 못한다. 자산보다 부채가 크다든지, 굉장히 어렵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법정관리 신청도 안 된다”며 “엄청난 불이익도 따른다. 그래서 (기업이) 부채 탕감 등 혜택이 많은데도 법정관리로 안가는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개인도) 똑같은 원리로 해준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새출발기금으로 일부 장기연체자(90일 이상)의 채무 원금을 일정 부분 탕감해주는 비율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 김 위원장은 “우선 새출발기금은 아직 (탕감률 등) 운영방안이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이미 법원에서도 채무 탕감 제도가 있고 신용회복위원회에도 같은 제도가 있다. 그 기준에 맞춰서 하겠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 반발을 겨냥해 “당연히 채무 탕감을 안 해줄수록 금융기관들은 더 이익이겠다”면서 “그렇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진 분들이 빚에 쪼들려서 압류당하고 강제 경매당하고, 계속 연체자로 남아서 정상적인 거래를 못 하는데, 이것을 빨리 정리해주자고 하는 게 새출발기금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새출발기금을 비롯해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 대환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원스톱으로 신청이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을 새로 만들어 전용 콜센터와 함께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청년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전용 상담창구를 마련하고 애로사항을 모으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일자리 연계 등 상담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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