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한 상인이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원금·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다음달 말 끝날 예정인 가운데, 빚 상환이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새출발기금’ 등 채무 조정 방안에 대해 은행권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은행이 입게 될 손실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새출발기금이) 아무리 정부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은행이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은행들은 부실차주의 (원금) 감면율을 10∼50% 정도로 하는 게 좋지 않으냐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출발기금은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부실 차주’(90일 이상 연체) 및 ‘부실 우려 차주’(10일 이상 90일 미만 연체)의 부실채권을 사들이여 채무를 조정해주는 3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제도로, 금융당국은 세부 내용을 놓고 은행권과 협의 중이다. 지난 2일 은행 여신 담당 실무자들은 은행연합회에서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준비 중인 새출발기금 시행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최종안은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은행들이 새출발기금 시행안을 두고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은, ‘부실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원금 감면율 60~90%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 감면율이 높으면 캠코가 부실채권을 시장가보다 낮게 매입할 텐데 그렇게 되면 은행 손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이자 감면 및 분할 상환 지원을 받는 ‘부실 우려 차주’ 기준도 은행들은 문제 삼고 있다. 연체일 10일 이상이라는 기준이 너무 짧아 채무자가 일부러 돈을 갚지 않고 채무 조정을 받으려 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일 연체는 사실상 정상 여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도 금융기관들은 ‘90일 이상 장기 연체자’의 경우 신복위 채무조정을 통해 원금을 최대 70%, 기초수급자와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은 최대 90%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다만 새출발기금 방안과 다른 점은, 은행이 채권을 캠코에 넘겨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매각률도 자체적으로 정한다는 점이다. 또한 연체 10일 기준이 결코 허술한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를 하루만 해도 개인 신용에 영향을 주고 신용점수 하락 등 패널티를 받게 된다. 자영업자들이 신용카드, 은행 이용 등에 지장을 받으면 어떻게 장사를 하겠나. 연체 10일이라는 게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은행연합회 쪽에서 새출발기금 시행안과 관련해 당국에 직접 의견을 전달해온 것은 없다”며 “소상공인의 재기를 도우면서 금융기관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