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이 7월 한달간 코스피에서 1조원어치를 팔고 채권을 3조원어치 사는 등 개인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동하는 ‘역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증권사가 파는 연 4%대 채권 특판상품이 ‘완판’을 기록하고,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2%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4일부터 8월4일까지 장외채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채권을 3조511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은행채를 제외한 기타금융채(1조3550억원)·회사채(1조3042억원)에서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고, 이어 국채(4032억원), 은행채(2248억원), 특수채(1446억원) 순이었다. 올해 초 이후 8월 4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8조66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2032억원)의 2.7배에 이른다. 올해 개인의 월별 채권 순매수 금액은 5월 1조2880억원, 6월 1조2980억원, 7월 2조9977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우량 기업의 회사채 수익률은 연 4%대에 진입하고 있다. 금투협 최종호가 수익률 기준으로 회사채(무보증 3년) ‘AA-’ 등급의 금리는 지난 6월 중순 연 4.4%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최근에는 연 4.0% 안팎까지 내려왔으나, 작년 말(연 2.415%)과 비교하면 아직 상당히 높다. 증권사들이 잇따라 내놓은 회사채 상품 특판은 매진을 기록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5일 300억원 한도로 세전 연 4%대 수익률을 제공하는 은행·금융지주 채권(‘우리은행24-07-이표03-갑-31’ 등 신용등급 ‘AAA’의 선순위 채권) 특판에 나섰는데 27분만에 매진됐다. 한국투자증권이 같은 날 판매한 채권(현대자동차317-1·AA+·연 4.0%) 등)도 1분 만에 200억원 물량이 완판됐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채 이외의 채권을 거래하는 크레딧 채권시장의 약세에도 소매 고객을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집중되고, 쿠폰(발행 이자율) 금리가 연 4% 수준으로 올라오자 개인 고객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우려 부각으로 안전자산인 국채 선호심리가 더욱 커지면서 국채 3년물은 금리(유통수익률)가 2%대를 눈앞에 둘 정도로 하락 추세다. 지난 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5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079%를 기록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17일 연 3.745%를 기록해 10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으나, 이후 하락 중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단기물 중심으로 채권금리도 민감하게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그 반대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 이슈와 함께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해 국내외 채권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국내 채권금리는 최근 하락세 지속으로 단기적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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