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에 은행 등 금융 기관이 잇따라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금융 소비자의 관심이 다시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특히 2년 미만의 단기 예·적금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5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6조37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6% 늘었다. 이 가운데 만기가 6개월 미만인 단기 상품의 경우 134조6279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급증했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 예금 잔액은 178조1566억원으로 전년 대비 5%, 1년 이상~2년 미만은 459조5106억원으로 4% 가량 늘어났다. 만기가 2년 이상 3년 미만, 3년 이상 예금 잔액도 각각 25조2115억원, 18조8693억원으로 지난 3월부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4대 은행’(케이비·신한·하나·우리)으로 범위를 좁혀보더라도 결과는 비슷하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528조57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7.5% 늘었다. 정기적금은 30조4994억원으로 8.1% 증가했다. 이달 21일 기준 4대 은행 정기 예·적금은 각각 544조4533억원, 30조9701억원인데 이는 지난해 6월 말보다 각각 10.7%, 9.8% 불어난 수치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실시한 뒤 곧바로 시중 은행들은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올렸다. 특히 4대 은행은 수신금리를 최소 0.5%포인트 이상 일제히 인상했다.
반면 증시 약세로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두는 돈은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26일 기준 54조8366억여원으로 지난해 6월 말(66조1328억원)과 견줘 17% 가량 감소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에는 6개월 미만 단기예금으로 자금 유입이 급격히 늘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6개월∼2년 구간 예금이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투자에서 저축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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