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대출 관련 광고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한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경제 주체들의 부채 부담이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전체 자영업자의 연간 대출 이자액은 단숨에 3조원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부동산 대출을 받은 가계도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전체 가계대출의 67%는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로 추정된다.
13일 한은의 빅스텝으로 가장 먼저 부담이 커질 계층은 자영업자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천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보다 224조3천억원(33%) 급증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전체 자영업자 연간 대출 이자 부담은 1조6천억원씩 증가한다. 이날 한은이 한번에 0.50%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므로, 연간 이자액도 단숨에 3조2천억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해 8월(0.50%→0.75%)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이날 2.25%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총 1.75%포인트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 연간 이자액은 12개월간 총 11조2천억원 늘어나게 된다. 한은의 계산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도 동일하게 오른다고 가정한 결과다.
부동산 대출이 많은 가계도 우려된다. 지난해 말 1754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대출의 67%는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로 파악된다. 한은에 따르면, 0.25%포인트 기준금리가 인상될 때마다 전체 가계대출의 연간 이자 부담이 3조3천억원씩 증가한다. 따라서 기준금리 여섯차례 인상으로 전체 가계의 연간 대출 이자 부담은 총 23조1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차주 1인당 평균 이자액은 114만8천원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과 엮여 있는 부동산 가격까지 내려가면 부채를 감당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6주 연속 하락세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지원에 나섰다.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는 오는 9월 말 종료된다. 이에 10월부터 은행권과 비은행권에 있는 소상공인 고금리(7% 이상)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주는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30조원 규모의 채무 조정도 실시한다. 대출을 갚기 힘든 소상공인에 대해 상환 일정 조정, 원금 감면 등을 지원한다. 가계 부동산 대출에 대해서도 오는 9월부터 4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도입한다. 은행권과 비은행권에 있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것이다.
금융기관들도 손실을 대비하고 있다. 정부 지원에도 일부 취약계층에서 부채의 부실화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권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은 금융 취약계층(다중채무, 중저신용, 중저소득)이 빌린 자금이다. 금융당국은 비은행권에 부실 채권 대응으로 쌓아놓는 적립금(대손충당금)을 늘리라고 주문해놓은 상태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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