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은행에 설치된 대출 관련 안내 현수막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생애 첫 주택 구매 시 연 소득, 주택가격, 지역 상관 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가 적용된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유지된다는 점과 연일 뜀박질하는 대출 금리, 자산시장 불안 등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16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오는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 시 엘티브이 상한을 소득, 주택가격, 지역과 무관하게 80%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현재 주택 구매 이력이 없는 무주택자 세대는 엘티브이 상한이 투기지역 60%, 조정대상지역 70%다. 또 이 우대 조항은 부부합산 연 소득 1억원 미만에 9억원(조정대상지역은 8억원) 이하 집을 살 때만 적용된다. 정부는 이런 제약 조건들을 없애기로 했다. 3분기부터는 연 소득 1억원 이상 부부도 생애 첫 주택 구매 시 엘티브이 80%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투기지역과 조정대상지역 모두 엘티브이 상한이 80%이며, 주택 가격 제한도 없어진다. 정부는 대출 한도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한다.
생애 첫 주택 엘티브이 완화는 소득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소득이 적으면 집값과 연동되는 엘티브이가 풀려도 소득에 비례하는 ‘디에스아르 40%’ 규제로 대출 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다. <한겨레>가 시중은행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서울 9억원 아파트를 생애 최초 주택으로 구매(엘티브이 80%)할 때 최대 대출 한도는 연 소득 3천만원의 경우 2억원, 연 소득 6천만원은 4억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가격 제한이 없어져 이들이 9억원 이상 아파트를 생애 최초로 살 수 있다고 해도 디에스아르 40% 규제 때문에 대출 한도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연 소득이 1억원인 ㄱ씨는 현재 생애 최초 주택 우대 대상자가 아닌 까닭에 서울 아파트 9억원 구매 시(엘티브이 40%) 대출 한도는 3억6천만원이다. 하지만 앞으로 엘티브이 80%를 받으면 대출은 최대 한도인 6억원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대출 규제 완화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됨에 따라 보완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는 대출 한도를 더 얹어주는 것이다. 3분기부터 20~30대 무주택 근로자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때 장래 소득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반영해주기로 했다. 또한 만 34살 이하 또는 7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정부 지원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적격대출에 ‘50년 초장기 모기지’도 도입한다.
그러나 규제 완화에도 예년과 같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광풍은 재연되기 어려워 보인다.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은 일부 보완책이 실시된다고 해도 디에스아르 제약과 높은 주택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선뜻 대출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 중·고소득층에게도 연일 자산시장이 흔들리고,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7%대를 돌파했으며, 연내 8%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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