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4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대출은 고소득층이 63.6%, 중소득층이 25.6%, 저소득층이 10.8% 각각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기간 자산투자가 늘면서 중·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 대출이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고소득층 비중이 높아졌는데, 왜 가계대출은 위험한 걸까. 전문가들은 ‘꼬리 위험’(Tail Risk·예측이 어려우나 한번 일어나면 큰 영향을 주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상당한 가계대출이 부동산 시장 불안과 연관돼 있어 고소득층 부채도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으며, 비중이 작더라도 저소득층 부채의 부실화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우려다.
5일 <한겨레>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1754조2천억원인 가계대출 잔액에서 고소득층(소득 상위 30%) 비중은 63.6%로 가장 컸으며, 중소득층(소득 구간 30~70%, 비중 25.6%)과 저소득층(소득 하위 30%, 비중 10.8%) 순이었다. 2019년 말보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약 250조원 급증(16%)했는데 고소득층에서 약 175조원, 중소득층에서 약 53조원, 저소득층에서 약 22조원 각각 증가했다. 모든 계층에서 가계대출이 늘었지만, 고소득층 대출 증가 규모가 가장 늘어나 전체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년 사이 1.1%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중소득층 비중은 0.7%포인트, 저소득층 비중은 0.3%포인트 축소됐다. 가계대출을 종류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서도 고소득층 비중이 각각 63.3%, 71.5%로 가장 높았다.
가계대출 중 고신용자(신용점수 840점 이상) 비중도 76.9%로 가장 컸다. 중신용자(665~839점)는 19.9%, 저신용자는 (664점 이하) 3.3%를 차지했다. 2년 전보다 고신용자 비중 역시 3.8%포인트 증가했으며, 중신용(-1.8%포인트)과 저신용(-1.8%포인트) 비중은 감소했다. 연령별 가계대출 비중은 2019년 말 40대(29.5%), 50대(27.8%), 30대 이하(24.9%), 60대 이상(17.8%) 순이었으나 2021년 말에는 30대 이하 비중(27.1%)이 50대(25.4%)를 추월하면서 40대(29%)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기간 가계대출 급증은 저소득층에서 ‘생활 자금’, 고소득층에서 ‘자산 투자’ 등으로 주요 목적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저소득층 대출의 부실화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이들 중 취약차주 (3개 금융기관 이상 다중채무·저신용·저소득) 비중은 6%로 추정되는데, 소상공인과 20∼30대가 대출 부실화의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한은은 올해 3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서 “정부 금융지원과 완화적 금융여건 영향으로 아직 취약계층 연체율이 낮은데, 향후 청년층 및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고소득층 대출은 부동산과 엮여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비(KB)부동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소득 상위 20%(5분위)의 ‘연 소득 대비 서울 주택가격 비율’(PIR)은 8.4배다. 고소득층도 평균적으로 연 소득을 8년 동안 꼬박 모아야 서울 중위가격 수준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에 “가계대출 내 고소득층 비중이 커 건전성이 높아 보이지만, 상당수 대출이 높은 부동산 가격과 엮여 있을 것으로 보이며, 금리 상승 및 집값 조정 시 이들의 상환 능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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