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6일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p) 올리면서 작년 8월 이후 최근 약 9개월 기준금리가 0.5%에서 1.75%로 1.25%포인트나 뛰었다. 연합뉴스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6%는 ‘취약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금융 기관에 빚이 있으면서 저소득, 저신용 상태인 차주들이다. 취약차주는 자영업자와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늘고 있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충격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자의 경우 전체 연간 대출 이자 부담은 기준금리 5차례 인상으로 약 8조원 증가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의 지난 3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중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계층을 말한다.
취약차주 중 자영업자 비중은 12.1%를 차지했다. 2019년 말에는 10.6%였으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중이 커졌다. 이들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05.5%로 다른 취약차주(59.6%)보다 높았다. 디에스아르가 105.5%라는 것은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을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또한 연령별 취약차주 비중을 살펴 보면, 20∼30대 청년층에서 6.6%로 다른 연령대 평균(5.8%)을 웃돌았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0.25%포인트씩 총 5차례 기준금리 인상(누적 1.25%포인트)에 나서면서 전체 가계의 연간 대출 이자 부담은 이전보다 약 16조5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자영업자의 경우 연간 대출 이자 부담은 약 8조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기준금리만큼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결과다.
그런데 취약차주는 금리 인상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과거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2019년 1분기)에 취약차주 연체율은 1.9%포인트 상승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월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의 디에스아르 변화 분포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취약차주의 11.6%는 소득의 5% 이상을 추가 이자 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한 후 “금리가 올라가면 당연히 취약 계층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영세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이 받는 위험에 대해 정책적으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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