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오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7%,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4.5%로 수정 발표했다. 금통위가 “당분간 (경제성장보다는)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혀 7월과 8월에도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추가 인상하고,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2.5%까지도 올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가 처음 주재한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4월에 이어 이번에도 0.25%포인트 인상해 연 1.75%로 상향 조정했다. 금통위 위원 6명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빅 스텝(한꺼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은 밟지 않았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지난해 8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이후 이번까지 9개월동안 다섯번에 이르는, 전례 없이 빠른 정책금리 인상이다. 기준금리는 2018년 11월 이후 다시 연 1.75%에 이르렀다.
이 총재는 금통위 결정 직후에 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정책금리 인상은 경제성장 쪽보다는 물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영향을 더 크게 걱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일반인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크게 높아지고 이것이 임금인상을 자극하면서 물가 오름세를 더 자극하게 되는 상황으로 인플레이션이 악화하면서 전개되기 이전에 물가를 빨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40분동안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당분간(5~7월) 5%대를 넘을 것이 거의 확정적이다. 물가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오르고 있어 걱정”이라는 말을 대여섯차례 되풀이했다.
이날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도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중기 시야에서 2%)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문구에 대해 이 총재는 “당분간을 수개월로 시장이 해석하는 건 우리의 의도와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현재 시장에서 (이번 물가발 금리인상 사이클 국면에서)도달하게 될 기준금리 수준을 2.5%정도까지 보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본다”며, 특히 “현재 시장 실질이자율이 중립금리(한은 내부 추정) 수준보다 낮은 건 분명하다. 시장이자율이 중립금리 정도까지 (올라) 수렴하도록 통화정책이 먼저 가는 것이 일차적인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총재와 금통위가 단기 통화정책운용에서 성장보다는 물가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분명한 메시지로 강조한 만큼 오는 7월과 8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공산이 커졌고, 특히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2.5%까지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미리 내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강력한 톤으로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해, 현재 경제주체들 사이에 치솟고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수단을 이용해 반드시 꺾어놓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다만 이 총재는 “향후 7월과 8월 기준금리 변경은 물가상승율 흐름, 미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결정(6월), 국내 2분기 국내총생산 동향(7월) 등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또 이날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연 2.7%, 내년 연 2.4%로 수정했다. 앞서 지난 2월 경제전망 때 올해 경제성장율을 3.0%로 전망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과 연속적인 금리인상 단행, 수출 성장세 둔화 등 부정적 요인과, 정부의 59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집행의 긍정적 효과 등까지 감안해 올해 성장 전망치를 석달만에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5월 이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줄곧 유지해왔는데 이번에 크게 낮췄다. 이 총재는 “미국·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의 성장 기여도 하락 우려 등으로 우리 경제 회복 및 성장세가 주춤해질 수 있으나, 정부의 추경 편성과 최근 대기업의 잇따른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가 성장을 어느정도 뒷바침해줄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 수정전망치(각각 연 2.7%, 연 2.4%)는 여전히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약 2.0% 추정)을 상회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경제성장을 훼손하는 측면보다는) 물가위험을 더 크게 보고 선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는 이번 추경 규모가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높이고, 물가에는 0.1%포인트가량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연 4.5%, 내년 연 2.9%로 수정했다. 지난 2월 전망(올해 3.1%, 내년 2.0%)에 견줘 올해는 1.4%포인트, 내년은 0.9%포인트나 대폭 높였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4.5%)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7월 전망(2008년 4.8%)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물가 전망치는 2011년 7월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다시 4%대로 높아졌다. 이 총재는 “물가가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4%대를 웃돌다가 (한은의 정책금리 대응 등에 따라)점차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현재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2.0% 수준을 변경할 필요는 당분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금리를 25bp(0.25%포인트) 올리면 약 2년간 물가를 0.1%포인트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이후 다섯번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총 0.5%포인트가량 낮추는 작용을 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환율 수준과 한-미 정책금리 역전 및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해 “현재 달러당 1260~70원대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갔으나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 둔화 등이 반영된, 주요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장기로 볼때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안된다는 경제학적 논리는 없다. 향후에 역전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아졌으나, 외국인 국내투자나 국내 기관·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규모와 동향을 볼때 자본유출을 크게 걱정할 건 아니다. 지금 환율도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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