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앱디자인 스튜디오 ‘라바랩스’가 이더리움 기반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든 캐릭터. 1만개 한정으로 발행했으며 대체불가능토큰 발행 프로젝트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라바랩스 누리집 갈무리.
디지털 자산을 만드는 핵심 기술인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주로 미술품·게임 아이템 거래에서 사용되지만 최근 들어 증명서 발급 같은 일상 영역으로도 스며들고 있다. 대체불가능토큰이 교육·의료·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1일 대체불가능토큰 시장조사업체인 넌펀지블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대체불가능토큰을 활용한 자산의 글로벌 거래금액은 176억9천만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15배 성장했다. 대체불가능토큰은 디지털 파일 소유자와 거래기록을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위·변조 및 삭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유성을 인정받고 이는 곧 ‘자산가치’로 이어진다. 대체불가능토큰 시장 참여자들은 주로 영상·그림·게임아이템 등 기존 콘텐츠에 고유한 디지털 주소를 부여해 ‘디지털자산’으로 만든 뒤 플랫폼에서 거래한다.
최근에는 대체불가능토큰을 증명·신원조회 같은 일상 영역으로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호서대학교는 지난 2월 학위수여식에서 학·석·박사 졸업생 2830명 전원에게 대체불가능토큰으로 발행한 학위증을 수여했다. 호서대는 앞으로 성적증명서 등 제반 증명서도 대체불가능토큰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성균관대도 같은 달 공모전 수상자에게 대체불가토큰 상장을 수여했다. 앞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2017년 졸업생 111명에게 블록체인으로 발행한 졸업장을 수여한 바 있다.
호서대학교가 지난 2월 졸업생에게 수여한 학위증 예시. 호서대학교 제공
대체불가능토큰의 ‘증명’ 기능이 교육·의료·금융 등 영역에 쓰이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펜실베니아 대학 로스쿨의 사라 해머 교수는 지난 2월 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교육·의료 등 분야에서 대체불가능토큰의 잠재력이 크다”며 “무크(MOOC) 같은 온라인 강의시스템에서 학생과 강사가 대체불가능토큰으로 각자 자격을 인증하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취업에서는 고용주들이 지원자 자격을 안전하게 검증할 수 있어 채용 절차를 개선할 수 있다 의료분야에서는 여러 플랫폼에 분산된 환자 데이터를 대체불가능토큰으로 증명해 의료 제공자에게 공유되면 오진이나 과잉진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이화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최근 보고서를 내어 “금융 업무에서 개인 신원조회나 담보물 증명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대체불가능토큰 도입으로 거래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 가운데서는 지난해 말 케이비금융이 대체불가능토큰 보관용 디지털지갑을 시험 개발했고 신한카드가 올해 초 대체불가능토큰을 생성하는 기능을 자사 앱에 탑재하는 등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만 아직은 대부분 자산 보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이 수석연구원은 “새정부가 토큰경제 인프라 육성 방침을 밝힌 만큼 이종산업 간 제휴 등을 통해 새로운 대체불가능토큰 사업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