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판매가격이 게시돼 있다. 미국 노동부는 올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월과 비교해 8.5% 급등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1981년 12월 이후 4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알링턴/신화 연합뉴스
미국 물가의 정점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치솟던 시장금리가 진정되는 등 모처럼 금융시장에 화색이 돌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코스피는 1.86%(49.73) 급등한 2716.49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의 순매도(648억원) 강도가 약해지면서 3거래일만에 2700선을 회복했다. 원화도 6거래일만에 약세에서 벗어났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2원 하락한 1228원으로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3년물(3.001%)이 연 3%에 턱걸이하는 등 장단기 모두 하락(국고채 가격 상승)했다.
앞서 12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5%로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보다는 1.2% 올라 2005년 이래 최대폭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다만 이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시장의 예상을 밑돌았다. 특히 전월 대비 상승률(0.3%)은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고차 등 주요 공산품 가격 하락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물가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면서 급등하던 미 국채 금리가 하락 반전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는 “물가 상승세가 고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신호로 여긴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미국의 4월 물가상승률이 8.1%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물가 정점론에 힘을 실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물가 정점론은 시기상조이며 고점에 도달하더라도 매우 느리게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비스 가격과 임금 등이 여전히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공급망 차질과 경제 재개 수요가 맞물리면서 고통스러운 인플레이션의 기간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데서 보듯, 서방국가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
물가 정점론이 나오고 있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세적 긴축 기조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에 나타난 연준의 5월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은 현재 87%에 달한다. 연준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는 이날 “근원 인플레이션의 둔화를 환영한다”면서도 “연준의 양적긴축(자산축소) 결정은 이르면 5월이 될 수 있으며, 그러면 6월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한국 시각 오후 5시 현재 미 국채금리는 다시 반등하고 있다.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달러가치(100.5)도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